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국책은행이 달라진다

`국책은행은 변신중` 산업ㆍ기업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최근 몇 년 새 확 달라졌다. 만년 적자로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하던 경영체질을 바꿔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도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해 고객을 찾아 현장을 누비고 있다. 조직도 젊어져 활력이 넘친다. 그러나 국책은행으로서의 `공공성`과 기업으로서의 `수익성`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수익위주 경영으로 흑자기록= 과거의 국책은행은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소속 상임위 국회의원들로부터 “왜 매년 적자냐”는 호된 추궁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국감장에서는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해 결산결과 1,6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초 발생한 SK글로벌 사태와 연말의 LG카드 사태 등으로 대규모 부실요인이 발생했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2001년 1,0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혈세먹는 하마`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수익경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금까지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수은은 대규모 수출금융 지원에 따른 수입증가로 지난해 441억원의 흑자를 냈고 누적 이익 적립금도 4,127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해 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 흑자를 냈다. ◇발로 뛰는 마케팅= 인천에서 한 건실한 수출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K씨(45)는 “여러 은행에서 하루에도 두세번씩 (대출알선을 위해) 다녀간다”며 “요즘에는 산업ㆍ기업은행 직원들이 시중은행보다 방문하는 빈도가 더 잦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책은행에도 이미 발로 뛰는 마케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특성상 책상에 앉아서 대출서류에 사인만 해서는 기업의 리스크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직원들에게 시간이 나는 대로 거래기업을 방문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파악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성장성 있는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한 중소기업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설비투자를 확장하는 중견기업 ▲거액의 신규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대기업 등을 올해 주요 타깃으로 정해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슬로건을 `고객님을 함께, 고객님을 위하여`로 정했다. 또한 기업신용평가 시스템을 보완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대출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온라인 상담을 통해 최적 대출상품을 추천해주는 등 `24시간 전방위 마케팅`에 나설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수출시장 여건의 변화와 새로운 수출입거래 방식의 출현 등을 고려해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세웠다. 우선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수출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이들 시장에 대한 교역정보를 수출업체에 체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은행장과 경영진이 참여하는 수출기업간담회를 반기마다 열어 시장과 고객 기업의 요구를 경영에 최대한 반영하는 등 고객밀착 경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분야서 경쟁력 탁월 = 국책은행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무거운 부담은 `과거와 달리 금융시장에서 국책은행 고유의 역할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산은의 대기업에 대한 설비자금 공급 기능이 과거 개발경제 시절과는 달리 그리 중요하지 않고 수은의 무역금융도 지금은 모든 시중은행이 다 취급하고 있다. 기은의 주된 역할인 중소기업 금융은 일반 은행과 가장 심하게 경쟁하는 분야가 됐다. 국책은행들도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를 인정한다. 그래서 더욱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산은은 설비자금 공급에만 매달리지 않고 아시아 최고의 `국제투자은행`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지난해 국내 기관 외화차입 주선실적 1위, 세계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 주선실적이 9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일본의 대형은행들을 압도하는 실적이다. 기업은행은 `언제 민영화되더라도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 고객기반이 튼튼하고 노하우도 발군이다. 수출입은행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공적금융기구인 만큼 역할론에 시달릴 이유가 없다. 특히 남북통일과 관련한 금융서비스 수요를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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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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