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컴퓨터 2000년표기 `D-347'] Y2K문제 머뭇거릴 시간없다

2000년 1월1일 러시아에서는 핵미사일이 발사되고 뉴욕증시의 전광판이 갑자기 꺼졌다. 태평양을 건너던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핵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고 금융기관의 모든 컴퓨터가 작동을 멈춰 자신의 통장에 있던 돈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물론 가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컴퓨터 2000년 표기(Y2K)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347일후면 일어날 수도 있는 끔직한 상상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의 한병원에서는 1899년생인 한할머니의 생년월일을 기록하다 모든 데이타가 날라가 버려 이를 복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Y2K문제가 최초로 제기된 것은 지난 90년대초. 시간 및 기초적인 하드웨어 정보를 다루는 컴퓨터 입출력시스템인 바이오스가 2000년을 00년으로 인식해 모든 데이타와 시스템이 멈춰설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두자리 숫자만 인식하는 컴퓨터의 인식체계를 4자리로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Y2K문제는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의 모든 인식체계 등 프로그램을 바꾸기란 여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다 많은 인력과 막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세계적인 컴퓨터 컨설팅업체인 가트너그룹이 전세계적으로 2000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000억달러(약 720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추산한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4~5년전서부터 이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기업마다 수백명의 전산전문가가 매달려 관련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플로리다대학이나 소프트웨어 인증연구소 등 Y2K인증기관을 두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계속해 왔다. 또 지난달에는 Y2K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중 2000년문제를 해결못한 컴퓨터가 수천대에 달한다는 보도에서도 알수 있듯이 쉽게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내실정은 어떤가. 지난 11월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응수준은 미국보다는 18~24개월 늦고 일본보다도 6~12개월 이상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의하면 상장기업의 문제해결 진척도가 25.6%, 지자체가 24%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Y2K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 대책협의회를 구성한 것을 비롯, 정보통신부에서도 전담대책반을 구성하고 모든 공공분야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대그룹의 경우 자체 전산인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삼성이 계열사인 삼성SDS에 전담팀을 설치했고 LG, 대우, 현대등서도 사업부 또는 타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자체 전산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지만 중소업체의 경우에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나 해결방안에 대해서 거의 무지에 가까운 실정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15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67%에 달하는 105개 업체가 Y2K문제에 대해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 생존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에서 Y2K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등 관련기관에서 업체의 2000년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정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만명의 공공근로인력을 투입하고 밀레니엄버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예산으로 471억원을 책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정보통신부에서도 정보화촉진자금으로 2,000억원을 이분야에 투입 업계의 대응을 돕기로 했다. 관련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원Y2K에서 지난해 2000년문제 자동해결 소프트웨어인 「신데렐라」를 발표한 이후 프로그램을 자체개발 한 곳이 6곳에 달하는 등 Y2K해결에 나서고 있는 업체만도 15~20개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은 업계의 Y2K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한관계자는 『2000년문제는 지금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금세기 최대의 난제』라며 『업체들도 1년뒤가 아닌 바로 지금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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