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라오스남부 호웨이호댐>:15(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밀림속 굉음 거대 댐 새 둥지/높이 80m­길이 400m로 고원 물 이용…/“건설산업 선진화” 모든 공사 외주 감독둔탁한 기계음이 원시림의 아침을 깨운다. 인도차이나의 밀림 한 가운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기계음만 없다면 타잔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의 밀림 한가운데 있다고 착각했을 만큼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감상도 잠깐, 해가 뜨기 무섭게 기온은 섭씨 30도를 넘어선다. 안전모를 눌러쓴 갖가지 피부색의 현장 근로자들은 땅을 파고 바위를 깨는 작업으로 더위를 느낄 틈도 없어 보인다. 붉은 황톳물이 사계절을 채우는 메콩강과 그 지류인 세콩강이 만나는 라오스 남부 팍세지방 인근의 밀림. 지금 이 곳에서는 한국인들이 창조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원시림을 헤치고 라오스의 새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 해발 8백m의 고원에 고인 물을 이용해 이 나라 최고, 최초의 수력발전소(호웨이호 댐)를 건설하고 있다. 해발 6백m 능선에 위치한 본부에서 현장은 불과 3백m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현장까지 가려면 무려 3시간이나 걸린다. 그만큼 지형이 험준해 돌고 돌아야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다. 댐상부에서 내려다보는 공사현장은 현기증을 느낄 만큼 아찔하다. 『여기에 대우의 기술로 높이 80m, 길이 4백m의 거대한 댐이 서게되고 깎아지른 절벽 아랫쪽에는 1백50㎿급의 발전소가 건설된다』고 현장을 안내하는 양경진 대리는 설명한다. 현재 전체공정의 30%를 넘기며 기초공사가 한창인 호웨이호 댐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적인 조건을 그대로 이용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팍세지방은 넓은 평지위에 8백m의 높은 고원이 우뚝 솟아 있고 그 고원상부에는 마치 화산 분화구 모양의 천연 호수가 생성돼 있다. 라오스 지방의 풍부한 강수량은 이 호수를 언제나 마르지 않게 채워주고 있다. 이 공사는 천연호수의 서쪽에 댐을 쌓고 동쪽편 메콩강쪽으로는 깊이 8백m의 수직 터널을 뚫어 그 낙차를 이용해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이 공사는 대우건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해외건설과 라오스에도 몇가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공사금액이 1억9천2백만달러의 대규모 공사라는 점, 국내기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획제안형(BOT:Build Operation Transfer) 공사라는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는 현지정부가 발주하고 입찰경쟁에 참여해 공사를 수주하는 형태. 그런데 이 공사는 이같은 해외건설 공사의 관념을 깨버린 첫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즉 댐위치의 선정은 물론 공사와 운영에 이르는 전과정을 대우가 맡았다. 발전소를 완공한 후 30년간 발전소를 운영, 생산되는 전력을 태국 등 인근지역에 판매해 비용을 회수한 뒤 발전소를 라오스에 건네주는 방식이다. 이른바 「대우식 세계화」의 전형이다. 이 프로젝트는 라오스가 전력의 15%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대우건설이 수개월에 걸친 현장답사 끝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 곳을 찾아내고 타당성 조사를 거쳐 『돈도 없고 경험도 없다』며 공사의 성격을 이해못했던 라오스정부를 설득해 성사시킨 것이다. 대우는 지난 93년9월 라오스정부와 1억9천2백만달러에 공사계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 1월 태국 전력청과 연간 5백75GW(10억W)의 전력을 30년간 ㎾당 4달러89센트에 공급키로 PPA계약을 체결했다. 이 공사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2억달러 가까운 자금의 조달방법. 전형적인 대우식을 택했다. 대우는 소요자금을 미국과 유럽은행에 제안, 이들 은행으로부터도 자금을 조달했다. 그리고 타당성 조사는 일본의 하이드로컨설사에, 설계는 영국에, 일반 공사는 모두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아랫쪽 댐공사 현장에서는 경사면 콘크리트 그라우팅작업이 한창이다. 잡역부들이 철근을 설치해 놓으면 기능공들이 콘크리트를 포설한다. 이 작업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댐 기초공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부문의 하나라고 현장을 지휘하는 양대리는 설명한다. 이 작업현장에서도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이있다.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들이 우리와 같은 황색인은 물론이고 흑인과 백인, 중동인까지 형형색색의 인종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공사의 경험이 없는 라오스에 기능공이 없기 때문에 대우는 기능 인력들을 모두 전세계에서 조달한 것이다. 때문에 현재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 5천여명 가운데 잡역부는 라오스인력, 기능공은 태국과 파키스탄인으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공사현장에 설치된 식당 역시 세계의 식당문화의 전시장이 되고 있다. 본부 막사옆은 김치냄새가 풍기는 한국식당이고 가늘고 긴 쌀을 먹는 태국과 라오스인, 「자파티」를 먹는 파키스탄인, 양식을 먹는 영국식당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온갖 인종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세통을 이루는 식당의 모습은 대우가 추진하는 세계화의 또다른 현장을 실감나게 했다.<팍세(라오스)=민병호> ◎용어풀이 ○투자비용 회수후 양도하는것 ◇BOT(Build Operation Transfer)방식 완공한 후 곧바로 넘겨주고 운영을 지도하는 풀턴키(Full Turnkey) 방식을 대신하는 새로운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수주방식이다. 수주기업은 프로젝트의 기획, 설계, 건설의 단계를 청부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완성후에도 그 운영을 맡아 수입을 올림으로써 프로젝트의 건설비용 등을 회수하고 그 후에 양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위탁측이 대규모 자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음으로 대외채무의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메리트가 크다. 또한 플랜트의 운전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으며 기술이전에도 기여한다. ○생산량 전력사서 일괄구매 ◇PPA(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판매)계약 민자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회사에서 일괄 구매하기 위한 계약으로 전력회사에서는 구매한 전력을 자체의 송전망을 통해 일반 수요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민자 발전소를 건설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구매자를 확보함으로써 발전소의 적정운영을 보장받게 된다. ◎인터뷰/장대영 호웨이호 댐 건설 본부장/“라오스와의 민간외교 디딤돌역 자부심” ­이 공사가 갖는 의미는. ▲대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BOT방식의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대우는 건설의 세계화를 위해 5년전부터 선진형 제너컨공사를 준비해왔는데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또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라오스와의 민간외교의 디딤돌을 놓았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다국적 근로자와 현지인과의 관계 등 현지화는 어떻게 추진했나. ▲한국인의 근면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어떻게 뛰는지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 시상도 하고 국경일 등에는 회식과 운동시합 등도 열어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한국 근로자들 만큼 능률이 오르고 있다. ­공사진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라오스는 국가기반 시설이 낙후돼 도로, 교량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처음 공사장비를 현장까지 운반하기 위해 도로를 보수하거나 새로내고 심지어 하천으로 우회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기능인력이 적어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서 인력을 수입한 것도 어려움이었다.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는데는 문제는 없나. ▲태국과 베트남 등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력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 특히 라오스와는 30년 후에도 건설비용 회수가 되지 않았을 경우는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아놓아 비용회수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공사로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대규모 댐 건설공사의 경험축적으로 앞으로 국내외 댐공사의 수주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라오스는 천연자원 및 수자원은 풍부하지만 개발이 안돼 있어 지속적인 수자원 개발공사가 진행중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지역 개발공사 참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공사를 성공리에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대우는 이를 토대로 라오스에 또하나의 수력발전소 사업을 BOT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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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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