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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김수근과 '강남 1980'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공간의 미래 설계하다

70년대까지 왕성했던 실험성 벗어나

초고층 건물 등 탈개념의 경향 보여

김수근씨가 세상을 떠난 지난 1980년대는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열린 시기였다. 또 1968년에 착수된 '영동지구구획정리사업'에 따라 1970년대부터 본격 개발된 강남도 서서히 윤곽이 잡히던 시기였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던 테헤란 업무지구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호텔을 비롯한 1980년대 김씨의 작품에는 이 같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김씨 개인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축사사무소 공간에서 펴내는 월간지 '공간'의 1986년 9월호에 실린 '김수근 건축의 사적조명(史的照明)'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는 이 같은 점이 잘 드러나 있다. 당시 건축가 장세양·승효상·이종호·신언학 등이 스승의 1980년대 건축물을 대상으로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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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에서 오간 말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이들은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스승의 작품세계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예로 신씨는 "김수근 선생님의 1970년대와 1980년대 작업을 보면 그 과정 자체가 변화됨을 알 수 있다"며 "1970년대가 작업과정 중 어떤 개념을 세우고 그 개념에 충실했던 왕성한 실험의 시기였다면 1980년대는 그런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느낌이고 일종의 탈개념의 경향을 띠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스승의 작품세계를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경계했다. 이는 김씨의 작품세계가 1980년대를 넘어 다음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하나의 단서는 찾을 수 있다. 1989년 이경성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은 '좁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는 제목의 수상집에서 김씨에 대해 "2005년까지 기획된 칼렌다(달력)를 인쇄해놓고 그것을 자기도 쓰고 남에게도 나눠준 미래지향적인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르네상스호텔은 미래지향적 인간 김수근이 강남이라는 공간의 미래를 위해 남겨두고 떠난 건축물이 아닐까.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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