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고‘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정정 불안의 중동 확산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고, 좀더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싸게 사려는 운용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좀 더 유입되고 중동 불안감이 해소되는 시점에 투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21일까지 8거래일 연속해서 국내주식형펀드로 돈이 들어오는 등 2월 들어 21일까지 국내주식형펀드로 1조3,815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 유입됐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적극적인 순매수 기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이 달 들어 23일까지 3,022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1조원 가량은 바로 투자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일주일 간에는 이틀 순매도한 뒤 하루 순매수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리비아 정정 불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선진국의 본격회복에 따르는 글로벌 자금의 리벨런싱이 마무리됐지만 중동사태가 커지면서 유가불안이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월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왔지만 본격적인 펀드로의 유입보다는 환매가 주춤한 국면”이라며 “특히 중동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태 확산 추이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 관망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투신이 시장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 국면이 아닌 이상 펀드의 주식편입비중을 크게 높이거나 낮추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본부장은 “증시 추세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주식 편입비중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현재 주식형펀드들이 90% 중반대의 주식 편입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신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연일 순매수하며 유가증권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신은 코스닥에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열흘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182억원어치나 코스닥 주식을 쓸어 담았다. 종목별로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많은 투신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투신이 가장 많이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무려 8종목이 IT종목이었다. 강무희 동양자산운용 운용총괄 상무는 “장이 불안정할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우량주보다는 중소형주와 같은 틈새시장의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정보기술(IT)주의 경우 매니저들 사이에서 미국 경기호조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신의 순매수 규모가 최근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리비아 사태가 진정되고 주식형펀드로 지속적으로 자금이 순 유입된다면 순매수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장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맞지만 운용하는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계속 주식을 사고 있다”며 “최근 모습은 계단식 상승 장의 조정국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