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과는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의 언어다

■쿨하게 사과하라(김호ㆍ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펴냄)


미국의 미시간 대학 병원은 의료사고가 생겼을 경우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진실 말하기'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의사가 의료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숨기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프로그램 도입 전 262건에 달했던 의료사고 소송 건수는 프로그램 도입 후 꾸준히 줄어 5년 만에 83건으로 감소했고 소송까지 가더라도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흔히 사과를 하는 것은 '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중요한 사안일수록 사과를 하기보다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 커진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사과하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과의 힘과 기술을 분석한 책 '쿨하게 사과하라'는 사과야말로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리더의 언어'라고 말한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눈먼 시계공' 등을 펴낸 물리학 박사 정재승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가 함께 쓴 책은 사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사과의 방법과 잘못된 사과의 방법을 여러 가지 사례와 실험을 통해 분석한다. 저자들은 사과가 인성의 범위를 넘어 신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말한다. 개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화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동료와 부하직원과의 갈등에서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생에 이르기까지 사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국내 일간지에 실린 사과 관련 기사는 1990년대에는 1,000여 건에 못 미쳤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3,200여건으로 10년간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또 미국의 경우 사과와 대통령 이름을 함께 검색하면 부시 전 대통령은 447건이 검색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무려 1,530건이나 검색된다. 물론 사과가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책은 왜 어떤 사과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떤 사과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강용석 국회의원은 거짓말과 부인으로 점철된 변명에 급급했다. 저자는 당시 그가 '부인 전략'이 아니라 '사과 전략'을 썼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사과할 때 쓰지 말아야 할 표현으로 '사과하겠다', '사과하고 싶다'는 말은 사과 아닌 사과라며 '살 빼고 싶다'는 말이 체중 감량을 의미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또한 미안해,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사과도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책은 사과를 하는 대상과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 사과를 하는 적절한 미디어, 내용, 타이밍 등 사과에도 '육하원칙'이 있다고 조언한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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