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96> ‘반값’의 그늘


기자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찾은 단골 미용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장이 꼭 시장통 같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담당 디자이너가 한숨을 쉬며 “이게 다 소셜커머스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죽어나는 건 ‘디자이너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헤어 서비스의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사용제품의 원가+디자이너의 인건비+매장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염색을 한 손님이 10만원을 지불할 경우 그중 제품 원가 1만원을 빼고 원장이 3만원을, 디자이너가 6만원을 가져가는 식이다.(물론 해당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런데 10만원을 받던 염색상품을 반값 5만원에 판다면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우선 제품 가격은 변동이 없다. 결국 디자이너와 원장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원가를 제외한 4만원의 수익을 기존의 배분 비율(예시로 언급한)로 나누면 원장은 13,000원 디자이너는 27,000원을 가져가게 된다. 얼핏 보면 원장이나 디자이너나 비슷하게 손해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 가장 손해를 보는 건 디자이너다. 무슨 소리 소리냐고? 소셜커머스 아닌가. 싼 만큼 많이 팔린다. 10만원 내는 손님 1명보다 5만원 손님 3명 받는 게 원장 입장에선 이득이다. 실제로 미용실 반값 쿠폰은 평균 몇 백장에서 많게는 수 천장씩 팔리기도 한다. 대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다 예약을 할 수는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반값 쿠폰의 파격적인 가격은 누군가(디자이너)의 인건비가 깎여야만 성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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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거품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해 공급자,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사례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돈만 좇는 일부 사장님의 갑질에 원치 않아도 헐값에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직원들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헤어 디자이너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밀려드는 예약을 ‘처리’해야하는 실정이다. 밥은커녕 잠시도 앉아 쉴 틈조차 없다. 하루에 소화해내야 하는 할당량을 정해놓고 채우지 못하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원장에게 욕을 듣는 사례도 꽤 많다고 한다.

12시간씩 서서 하루 종일 손님을 응대하는 일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반강제로 시작하게 된 반값 서비스라면 말해 무엇 하나.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만 하느냐’고 반문하는 디자이너에게 기자는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반값’에 열광하던 고객 중 한 사람으로서 그 반값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왜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용실을 나오는 길에 늘어선 상점마다 ‘반값’ 또는 ‘특가’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내걸고 있었다. 일부 서비스에 숨은 반값의 비밀을 다시 떠올려봤다. 반값 광고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가 이제야 얼핏 보이는 듯하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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