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우리나라 못지 않게 주변 4강(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북한 내부체제 변화에 따라 한반도가 어떻게 요동치고 이로 인해 각국 별로 어떤 득실이 있을지 주판알을 튕겨보느라 정신이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주변 4강에겐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위상이 흔들리 수 있는 위기이지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북한과 가장 밀접한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방인 북한이 자칫 몰락하기라도 한다면 한반도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미국에게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기회에 후계자인 김정이 안정적 체계를 보장하는 전제로 북한을 흡수하려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체제의 안정적인 존속을 보장하는 대신 북한 경제를 비롯해 북한을 중국의 관할에 놓아두는 동시에 한반도를 놓고 미국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투 트랙 전략 카드로 활용할 속셈인 것이다. 미국은 역시 식량지원을 포함해 김정은 후계 체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수준에서의 협의를 통해 6자 회담 재개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최근 북한 실무진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를 오는 22일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김정은 후계 체계와 비핵화 사전조치를 합의한다는 조건을 받아내 북미 고위급회담은 물론 3년 전에 중단됐던 6자회담도 곧바로 재개수순에 들어가는 전략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핵프로그램 완전 중단과 IAEA 사찰단 복귀도 종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내년 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로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대선에 유리한 카드로 활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미ㆍ중과는 입장이 다르다. 당장 국내에 쓰나미 복구라는 내부적인 커다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ㆍ중에 못지 않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주요 일본 언론들은 가장 발빠르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남북간 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속내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가장 위협적이 존재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북한의 내부 권력체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일본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이번 기회를 활용해 미국의 대북지원에 발맞추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물론 경제협력 강화에 특히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비롯해 내부 사정으로 4강 중 다소 관심이 덜한 러시아는 3자 입장에서 미ㆍ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득실을 따지는 외교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크지도 않고 오히려 한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4강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실리를 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변 4강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분주한 상황”이라며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실질적인 중심축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주변 4강의 움직임 파악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