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구회사 영업사원 구모(34)씨는 밤이 되면 보험 세일즈맨으로 변신한다.보험업을 하면서 다른 직장을 갖는 것은 불법이지만 구씨는 자신을 생명보험회사 직원이라고 속인 뒤 확보한 고객을 아는 보험회사 직원에게 소개해주고 커미션조로 매달 100여 만원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중견 통신업체 여비서 윤모(29)씨도 올 초부터 또 하나의 직장을 구했다.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술집 바텐더로 일하며 일당 3만원을 버는 윤씨는 “월급 130여만원으로 카드빚 4,000만원을 갚는 게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주5일근무제나 격주 휴무제가 확산되면서 퇴근 후 제2의 직장을 다니는 일명 `투잡스족`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취미나 특기를 살리는 `자아 실현형` 직장 대신 경제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생계형` 부업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불법적으로 이중취업을 하거나 과도한 밤 근무로 낮 근무에 지장을 주는 등 후유증이 심각한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 A중학교 수학교사 C(39)씨는 방과 후 신분을 속이고 과외교사를 한다. 매주 3일은 개인과외, 이틀은 과외방에서 일한 대가로 C씨는 봉급 외에 매달 100만원씩을 추가로 벌고 있다. C씨는 “교사 봉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어쩔 수 없이 불법과외에 나서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직장 상사들에게 투잡스족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들 대부분이 이중업무에 시달리느라 직장에서 졸거나, 지각하는 것은 예사고 결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대기업 간부는 “일반 직원들사이에 본업은 팽개친 채 부업구하기에만 매달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인크루트의 설문결과 이중직업을 가진 직장인 1,006명 가운데 무려 68.6%가 `경제적 이유` 로 부업을 택한 반면 `특기나 취미생활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응답은 12.6%에 불과했다.
<강철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