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용 교섭카드인가, 부자감세 철회 신호탄인가.’ 한나라당이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감세 철회로 가닥을 잡으면서 법인세 등 다른 감세안의 처리 방향에도 줄줄이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소득세와 더불어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ㆍ증여세 등의 감세를 추진해왔다. 이중 소득세는 세수규모가 지난해 285조3,646억원에 달하는 대표적 세원이라는 점에서 감세 범위 축소는 큰 의미가 있다. 일단 한나라당이 검토 중인 ‘1억2,000만원 초과’ 세율구간 신설 및 최고 소득세율(35%) 유지방안은 최상위 고소득계층을 소득세 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자감세 철회의 뜻으로 읽혀진다. 대신 중산층까지는 최대한 세 경감 대상에 포함시켜 경기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소득세 개편의 방향을 ‘서민 감세’로 잡아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행 4개 소득세 과표구간(1,20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8,800만원 이하, 8,800만원 초과) 중 1,200만원 이하와 4,600만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만 2%포인트 세율 인하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다른 감세안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소득세 감세안을 절충하는 빅딜이 점쳐진다. 빅딜 대상으로는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부가가치세 인하안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한시적으로 7%로 인하한 뒤 단계적으로 원상복귀하고 이와 더불어 음식점 등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의제매입 세액공제 확대 등을 해주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중 의제매입 세액공제 확대 등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매입 세액공제 확대시 세수 결손 규모가 1조원 안팎 수준에 그치는데다가 중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나라당은 이르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에서 이 같은 감세안을 처리, 4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가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주 중 세제 개편안들이 통과돼야 새해 예산 세입규모의 윤곽이 잡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종부세ㆍ법인세ㆍ상속세ㆍ증여세도 소득세-부가세 빅딜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이미 여야가 조세소위에서 1가구 1주택의 경우 기준시가를 사실상 9억원(기초공제 3억원+공시지가 6억원)까지 완화하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남은 쟁점은 세율인데 민주당은 1~3%인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당안(세율 0.5~1.0%)과의 추가 절충이 필요하다. 법인세는 현행 1억원인 과표 기준을 2억원으로 완화하는 데 조세소위 차원의 물밑 공감대 형성됐다. 이 역시 세율이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절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서는 아직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다. 정부는 현행 10~50%인 상속ㆍ증여세율을 6~33%로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자감세’라는 시중의 비판의식을 고려, 최고 세율인 50%는 유지하고 대신 하위 세율을 조정하자는 절충안이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