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리한 기업수사 더 이상 없어야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가 137일만에 일단락 됐다. 검찰은 30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거액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그룹 관계자와 회계사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와 관련한 범법 행위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한화그룹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5개 차명계좌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된 이번 수사는 그동안 321명의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고 13차례의 압수수색과 금융계좌 추적 19회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돼 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그룹 총수인 김회장을 3차례나 소환 조사 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너무 강압적이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이번 사건을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이 한화 수사가 일단락되는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오너 및 그 관계자 등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수사방식이다. 이번에 드러났듯 검찰이 고강도 저인망식 수사를 하고 한화임직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음에도 무더기로 기각된 것은 피의자 인권과 방어권을 소홀히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의 범법행위가 더욱 첨단화되고 지능화 되면서 검찰이 이를 짧은 시간내 파헤치는 것 역시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기업은 고객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마케팅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대기업에게는 이 것이 무너지면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한화그룹 역시 이번 수사로 지금껏 정기인사는 물론 올해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등 정상 경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왔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기업수사는 보다 신중하고 치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룹 총수를 수차례나 공개 소환하고 대규모 무차별적 압수수색으로 기업은 물론 경제전반에도 큰 부담을 주는 수사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검찰은 ‘환부만 도려내는 효율적 수사’를 강조하는 새 수사 패러다임에 걸맞는 선진화되고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들 역시 투명경영을 통해 수사대상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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