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볼 때 효율적인 금융시장은 즉각적이고 균형 잡힌 경제정보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시작 후 처음 며칠동안 세계 금융시장은 이러한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과 직후, 단기전에 대한 희망이 커지면서 상승했다. 그러다 이라크 전쟁이 격전 양상으로 바뀐 주말 이후 단기전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24일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한가지 불확실성은 해소되기 시작했다. 유가에 대한 걱정이 상당 부분 사그러들고 있는 것. 비록 이라크 남부의 룸마일라 유정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고 북쪽 지역 유정들이 아직 연합군의 보호아래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라크가 상당량에 이르는 자신들의 유정에 대해 사보타지를 할 수 있겠지만,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 시설에 대한 이라크의 공격은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90년대 걸프전 때와 같은 유가 상승 가능성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담 후세인 체제를 전복하려는 미국의 행동의 결과가 세계 경제와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 알
카에다의 9ㆍ11 테러 이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경제 성장 지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도 확실하지 않다. 과거 2년간의 지정학적 위험이 없었더라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했을 수도 있다.
미국의 오랜 성장과 주식시장의 거품 등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보다 부자가 됐다고 믿게끔 하면서 돈을 빌리고 소비를 하도록 부추겼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하락은 이러한 신념이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 줬고, 결국 남아있는 부채는 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그들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를 줄인다면 미국 경제는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일본 역시 경제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중앙은행장을 포함한 여러 정책 입안자들이 스테그네이션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 중에 있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는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경우 현재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왜 수요를 진작시키지 못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단지 구조적인 결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로화 가치가 더욱 올라가 수입물가를 떨어트리고, 이로 인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신호가 분명해진다면 그것은 분명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