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묻지마 보험료' 천국] <하> 빼앗긴 선택권

"무배당 상품 저렴" 불구 보험료 차이 1%에 불과<br>"같이 팔면 무배당은 기피" 유배당상품은 아예 안팔아<br>보험료 100兆중 주주 몫 17兆에 계약자몫은 3兆뿐


['묻지마 보험료' 천국] 빼앗긴 선택권 "무배당 상품 저렴" 불구 보험료 차이 1%에 불과"같이 팔면 무배당은 기피" 유배당상품은 아예 안팔아보험료 100兆중 주주 몫 17兆에 계약자몫은 3兆뿐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보험료는 1% 비싸더라도 이익이 나면 배당을 제공하는 상품’과 ‘배당은 없는 대신 보험료가 1% 싼 상품’이 있다면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을까. 불행히도 선택권은 없다. 그저 ‘배당은 없고 보험료가 조금 싼 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게 우리나라 생명보험시장의 현실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소비자들이 저렴한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무배당 상품 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후 생보사들은 무배당 상품만 팔기 시작했다. 유배당 상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보험사들이 무배당 상품만 판매하는 것은 유배당 상품에서 나온 이익은 생보사가 10%도 못 가져가지만 무배당의 경우 이익을 100%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가 무배당 상품만 취급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묵살하는 것에 대해 감독당국은 “유배당을 팔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그 결과 계약자들이 지난 8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면서 회사(주주)는 17조원의 몫을 챙겼지만 계약자의 몫은 3조원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이 저렴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유배당 상품에 비해 1% 싼 수준이라는 것이다. 생보사들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만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객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감독당국은 생보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만 비싸게 팔도록 방치하고 있다. ◇무배당 보험, 유배당 상품보다 1% 싸=보험료는 ▦예정위험률 ▦예정사업비율 ▦예정이율 등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유배당은 이익이 나면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이유로 위험률(사망률)을 무배당보다 많이 할증한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낸다는 얘기다. 감독당국은 예정사업비에 유ㆍ무배당 차이를 두지 않았다. 사업비는 신계약비ㆍ유지비ㆍ수금비로 구성된다. 상품관리규정상 최대 한도만 규정하기 때문에 생보사는 유ㆍ무배당 관계없이 최대 한도의 사업비를 적용한다. 예정이율도 유ㆍ무배당의 구분이 없다. 결국 보험료는 사망률에 따라 차이가 결정된다. 5회 경험생명표에서 40세 남자의 유배당 사망률은 10만명당 158명, 무배당은 155명으로 나와 있다. 무배당이 유배당보다 1.9%(3명) 저렴한 셈이다. 여자도 유배당은 71명, 무배당은 69명으로 2명(2.9%) 차이가 난다. 실제 사망률 62명과 비교하면 무배당은 11.3%, 유배당은 14.5%나 할증했다. 결국 남자는 1~2%, 여자는 2~5% 정도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쳤다. 위험보험료가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 안팎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총 보험료는 1%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령 40세 남자의 유배당 보험료가 10만원(위험보험료 3만8,257원, 저축보험료 5만원, 사업비 1만1,000원)이라면 무배당은 9만9,257원(위험보험료 3만9,000원, 저축보험료 5만원, 사업비 1만1,000원)이다. 무배당 상품이 0.8%(750원) 싸다는 얘기다. ◇주주 몫, 유배당은 10%인 반면 무배당은 100%=유배당과 무배당은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하느냐 여부에 따른 구분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생보사(주주)가 유배당에서 얻은 이익은 10%도 못 가져가지만 무배당은 100%를 가져간다는 데 있다. 유배당 상품만 팔던 1990년대에는 가입자들이 짭짤한 배당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2001년 무배당 판매가 완전 허용하면서 유배당 상품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보사들은 무배당 상품만 출시했다. 무배당 상품은 2001년 전체 신상품의 92.0%를 차지했고 2007년에는 99.5%로 높아졌다. 유배당 보험료의 비중도 1998년 95.9%에서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에는 10% 이하로 줄었다. 그만큼 계약자 몫도 사라졌다. ◇보험료 100조원 중 주주 몫 17조원, 계약자 몫 3조원=유배당 상품이 감소하면 계약자의 몫도 줄어든다. 유배당 계약자 몫(위험률차 배당준비금+이차 배당준비금+비차 배당준비금)은 2000년 3월 말 1조2,062억원에서 2005년 3월 말 2조714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서서히 감소해 2008년 3월 말 결산에서는 1조9,214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계약자 배당 몫(계약자 배당준비금+계약자 이익배당준비금+계약자 지분조정)도 2000년 3조2,071억원에서 2005년에는 7조원을 웃돌았지만 2008년에는 6조7,459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주주 몫은 2000년 6조원 적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8년에는 무려 11조5,289억원에 달했다. 지난 8년 동안 보험 가입자들이 109조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유배당 계약자 몫이 7,152억원, 총 계약자 몫이 3조5,388억원 많아지는 동안 주주 몫은 17조6,204억원이나 급증했다.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 판매에 집중한 결과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보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많은 무배당만 팔 수밖에 없다”며 “유ㆍ무배당이 동시에 팔리면 소비자가 무배당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생보사들이 계약자들을 위해 저렴한 무배당 보험만 판다고 강조했지만 보험료 차이는 1%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뺏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데도 감독당국은 여전히 ‘시장실패’를 방치하고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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