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촛불 계속 밝힌다"

13·15일도 대규모 집회 예정<br>광우병 대책회의 "상설화 검토"<br>"성숙한 시위문화 보여" 평가속<br>"장기화되긴 어려울 것" 전망도

11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밤샘집회를 하며 경찰이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장애물에 올라가 깃발과 현수막을 흔들고 있다. 오대근기자

시인 신석정은 밤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100만 촛불집회’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에게 정부가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촛불을 켜야 하는 캄캄한 밤이었다. 5월2일 처음 촛불이 켜진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의 표시였지만 집회가 계속되면서 점점 늘어난 촛불은 국가 권력의 국민에 대한 존중과 소통 부재에 대한 수많은 국민들의 저항을 의미했다. ◇작은 촛불이 불길로 활활 타오르다=“(정부는) 처음에는 몇 명이 저러다가 말겠지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국민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일반 시민들까지 동참하면서 작은 촛불이 커다란 불길로 커져갔다. 촛불집회는 정부가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는지를 새삼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된 ‘먹거리’ 이슈로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도 촛불시위의 긍정적인 면이다. 화염병과 최루탄ㆍ몸싸움 없이도 국민들의 뜻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386세대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 부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1980~1990년대 시위 현장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 자유롭게 발언하는 시위 현장을 보니 민주주의가 많이 성숙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촛불시위는 우리 국민들도 제대로 시위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평화적인 비폭력시위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고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촛불 당분간 꺼지지 않을 듯=6ㆍ10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에도 촛불은 서울광장을 계속 밝힐 것으로 보인다. 1,7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우병대책회의는 “100만 촛불대행진으로 투쟁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투쟁을 예고했고 주말 촛불집회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13일 효순ㆍ미선양 6주기, 오는 14일 고 이병렬씨 장례식, 15일 6ㆍ15 공동선언 8주년 등 기념일과 연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부가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가운데 광우병대책회의 측은 20일까지 쇠고기 협상 무효화 및 전면 재협상을 요구한 상태이어서 이때 가서 또 한차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일부에서는 7월 초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반대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반면 집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참가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집회지역 인근 상인들의 매상이 감소하며 교통난이 심각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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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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