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젠, 속옷도 맞춤시대

겉옷은 대개 입어보고 산다. 그러나 속옷은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옷 고르는 데 까다로운 여성이라도 사이즈를 말한 뒤 점원이 집어주면 남 볼세라 쇼핑백에 얼른 넣고 나오기 일쑤다. 그러니 잘 안 맞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입는다. 입어보지 못 하고 샀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하지만 체형에 딱 맞는 속옷을 고를 수 있는 이색 매장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진석빌딩 지하 3층에 위치한 ‘끄레벨팜’ 맞춤 속옷매장이 그 곳. 여기서 속옷을 구입한 여성들은 맞지 않는다는 불평을 할 이유가 없다. 맨몸 상태로 가슴 허리 힙 등 각 부분 신체 사이즈와 체지방 상태 등을 정밀하게 측정한 다음 속옷을 만들기 때문. 아무리 그렇다지만 굳이 남부끄럽게 속살까지 내보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여성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문은 금방 풀린다. 벌거벗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우나 시설 내에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150평 규모의 이 사우나 공간은 맞춤 속옷 전문업체 ㈜미인만들기(대표 박지선)가 운영하는 여성 전용 미용타운이다. 옥사우나와 쑥찜질방, 셀프마사지실, 메이크업방, 체지방 측정실, 카페, 휴식공간 등 갖가지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 중 한 공간이 바로 맞춤 속옷 매장. 사우나를 하는 동안 체지방과 신체 사이즈, 피부 타입 등을 자연스럽게 측정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와 전문가의 손길이 어우러져 고객의 몸에 꼭 맞는 기능성 속옷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이기도 한 대표 박지선씨(44)는 “피부에 직접 맞닿고 체형 연출에 직접적인 기능을 하는 만큼 속옷은 몸에 가장 잘 맞아야 한다. 맞춤 속옷 홍보차원에서 여성들이 속옷에의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종합 미용 타운으로 매장을 꾸미게 됐다”며 올해안에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이같은 속옷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한다. 지난 2월 초 개장, 두달여가 지난 요즘 이 미용타운은 서울을 찾는 일본 여성들까지 들를 정도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찍부터 맞춤속옷이 발전한 일본 여성들은 1만원을 내고 사우나를 하러 왔다가 3만~12만원대의 속옷을 맞춰 입고 나간다고. 반면 국내 고객은 아직까지 속옷보다는 사우나가 우선인 30~40대 여성들이 주류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지고 노출을 많이 하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속옷에도 눈길을 주는 20대 직장 여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게 미용타운 직원의 설명이다. 전인엽 기자입력시간 2000/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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