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를 통해 정부의 '8ㆍ29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금융권에서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들 비판의 골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신용대출로 변질된다는 우려 ▦내년 3월 이후 DTI 적용을 받게 되는 은행 대출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 ▦은행의 신용정책을 사실상 정부가 주무르고 있다는 관치금융 논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은행들이 DTI 폐지의 대안으로 신용평점시스템(CSS) 적용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저신용ㆍ저소득층은 아예 주택담보대출 심사의 문턱조차 넘지 못할 수 있다. 은행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CSS는 대체로 직업ㆍ직책, 연령, 가족 현황(결혼 여부 및 부양가족 현황), 소득, 부채, 자산, 금융거래 실적 및 신용상태 등을 기준으로 대출신청자의 신용점수를 메기는 방식이다.
따라서 고령자나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자, 저소득자 등은 아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서민이 넘기 힘든 신용대출과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DTI 적용을 배제할 경우 먼저 CSS로 대출 여부를 가리고 나서 담보인정비율(LTV)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며 "CSS 점수가 나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DTI 폐지 시한을 내년 3월까지 못 박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6개월이라는 시한부 대책 자체가 무원칙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의 간부는 "정부가 당장의 주택거래 침체를 임시방편으로나마 풀자는 차원에서 DTI 폐지 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내년 3월 이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불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그때 가서 주택경기가 안 좋으면 또 연장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정부가 은행 여신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금융당국이 DTI를 폐지하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중에 대출부실의 책임을 질까 봐 표면적으로는 'DTI를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상 'DTI를 풀라'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