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1일] 어느 中企사장의 '희망 편지'

‘이 엄동설한에 여러분들을 떠나 보내면서 마치 수족을 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임직원이 똘똘 뭉쳐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기회는 꼭 다시 찾아옵니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면 여러분들을 꼭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차량용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해 말 고민 끝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는 완성차 업체의 감산여파로 일감은 줄어들고 재고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직원들을 내보내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잔업까지 없애가며 일부러 물량을 나눠 작업속도를 늦추는 등 고육지책까지 동원했지만 치솟는 자금 부담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해고통보를 받고 힘없이 어깨를 떨구던 직원들의 뒷모습을 지금도 쉽게 잊을 수 없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는 실물위기의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연초부터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면서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특히 키코(KIKO) 사태와 환율불안,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이중ㆍ삼중의 고통을 겪었던 중소기업들은 새해에도 생존을 위한 ‘전쟁’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까지 전국 7대 도시의 신설법인은 2만6,306개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부도업체 수는 1,093개로 19%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기업들이 감산에 돌입한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반도체ㆍLCD 장비업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말부터 감봉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 한파에 종업원들을 길거리로 내보내는 고용주들의 마음도 편하지 만은 않다. 과거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선 ‘IMF 1세대’ 기업인들은 노사가 화합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방의 희생을 강조하기보다는 노사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 서로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중소업계이지만 기축년 한 해는 모두가 함께 웃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제2의 반전 드라마가 곳곳에서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