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격랑의 이어도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 어부가 산다는 전설의 섬 이어도.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149km떨어진 이어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일원을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일방 선포하면서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시킨 탓이다. 우리의 실효적 지배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중국포위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어도 도발은 1980년대 유화청 중국 해군사령관이 개념화한 도련(Island Chain)전략을 빼놓곤 설명하지 못한다. 방어해역 확장을 위해 섬과 섬을 가상의 선으로 이어 그 안을 해군활동 반경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제1도련은 댜오위다오-대만-필리핀-베트남을 연결하고 제2도련은 일본과 괌, 호주 서부까지 포괄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A2AD'로 불리는 반 접근 및 영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포위망을 뚫겠다는 중국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미국이 중국의 방공망 일방 선포에 발끈하는 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어도 야욕은 진작부터 조짐이 있었다. 2003년 우리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하자 중국은 이어도를 쑤옌차오(蘇岩礁)로 부르더니 2007년엔 중국국가해양국 홈페이지에 자국 영토라고 기재한 적도 있다. 지난해 이어도 상공 감시비행을 선포한 게 이번 사태의 전조였다.

관련기사



△이어도는 수면 4m 아래에 잠겨 있는 수중 암초여서 국제법상 우리 영토는 아니다. 하지만 실효적 지배권을 장악하면 사정은 다르다. 이곳은 한중의 대륙붕이 중첩되고 양국이 주장하는 경제적배타수역(EEZ)과도 겹친다. 말래카-중동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런 곳으로 중국이 방공망을 확장한 것은 제1도련의 북단 연장이나 다름없다. 이 선이 하나 같이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연결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실효적 지배력 행사한다고 하나 우리는 이어도 기지에 군용기 하나 맘대로 보내지 못한다. 한국전쟁 통에 설정한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빠진 틈을 타고 일본이 잽싸게 낚아챘다. 이제는 중국까지 이어도 통제권 장악에 나섰다. 이어도는 더 이상 전설이 깃든 이상향이 아니다. 동북아 역학관계가 충돌하는 최일선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