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습니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입니다.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입니다.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