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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4>타는 재미가 몇가지? INTEGRA

혼다코리아 본사를 떠나 진땀을 빼며 서울 서대문 서울경제신문 본사 주차장에 도착한 혼다 인테그라(왼쪽). 마침 옆에 주차된 혼다의 소형 스쿠터인 PCX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크기다.

인테그라의 오른쪽 핸들 쪽에 위치한 모드 버튼. 간단히 가볍게 한번 눌러 주는 것만으로 중립(N), 드라이브(D), 스포츠(S) 모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로 낮시간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야간 시승 후 KTX 광명역사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전날 야근의 보상인 꿀 같은 늦잠을 포기하고 멍한 정신을 수습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기자의 본격적인 첫 시승기가 될 바이크를 인수받기 위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혼다코리아 본사 방문길이다.

그런데 장바구니를 연상케 하는 쇼핑백에 커다란 헬멧을 넣고 가는 출근길,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왜 시승용 자동차와 달리 바이크는 딜리버리 서비스가 안 되는 거냐!’ 구시렁(‘궁시렁’의 바른 표현이다. 맞춤법 공부는 덤. 그렇다고 잘못된 표현 찾기 하지는 마시길.)대면서도 제 바이크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데 시승이 웬 떡이냐며 잔뜩 기대감을 안고 열심히 달려간다. 나 말고 지하철이.


오늘 소개할 시승용 바이크는, 혼다의 ‘인테그라(INTEGRA)’ 되시겠다. 야마하의 티맥스, 스즈키의 버그만과 함께 이른바 일본 ‘빅 스쿠터 삼총사’로 분류되는 바이크다. 솔직히 ‘빅 스쿠터’라는 별도의 정식 카테고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기어변경이 필요 없고 일반적으로 보는 스쿠터와 모양새가 비슷한데 배기량과 덩치가 좀 크다 보니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적어도 혼다코리아 건물 지하 3층 주차장(어째 첫 만남 장소치곤 좀 그렇지만)에서 처음 대면한 ‘인테그라’의 인상은 단순한 빅 스쿠터였다. 모양도 비슷하거니와 윈드스크린, 턱 하니 편하게 발을 쉴 수 있는 발판,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본다면 ‘스쿠터’ 맞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스쿠터가 아니다. 잘 빠졌다. 길에서 흔히 접하는 아담한 스쿠터들의 깜찍함과는 전혀 딴판이다. 스포츠 바이크 만큼의 근육질은 아니지만 매끈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차체에서 세련된 남성미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정성스럽게 장바구니에 준비해 간 헬멧을 쓰고(장바구니는 잘 접어서 시트 밑 수납함에, 나중에 다시 헬멧 넣어와야 하니까) 직원이 건네주는 열쇠를 키박스에 꽂고 초보티 안 내려고 폼 잡고 시트에 앉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든다. 237㎏(홈페이지 제원표 기준, 차량에는 370㎏으로 적혀있다)이라는 묵직한 차체의 중심을 버티고 있는 것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기자의 두 엄지발가락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소유한 볼트에서는 경험 못 한, 그리고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신세계다. 시트고 790㎜(참고로 기자 소유의 바이크는 시트고가 690㎜다). 앉은키가 조금만 컸더라면 공중부양도 가능할 법하다. 거기다 시승의 첫 관문은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지하 주차장 통로 탈출이다. 어찌어찌 어렵사리 어두운 지하주차장을 후들거리며 빠져나왔다. 잠시 길가에 세우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시무시한 시트고에도 정차시 차체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자연스러운 자세를 몇 분에 걸쳐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간다.

출발지는 삼성역, 목적지는 기자가 근무하는 서울경제신문 본사까지다. 차체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기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 주는 도심 주행의 편의성을 체감하기까지는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고 낮추는 과정에서 부지런히 변속이 이뤄지고 있음은 귀로도 확연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변속 때마다 ‘딸깍’거리는 변속음이 전해지는 탓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자동변속은 라이딩의 부담을 확연히 덜어준다. 그리고 이는 경쟁 차종의 다소 밋밋함을 느끼게 하는 CVT(쉽게 무단변속이라고 하자)와는 또 다른 차별점이다.


출근 시간이 지나 다소 여유를 찾은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속도를 조금 높여본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속도로 변속기가 어느새 6단까지 넘어갔다(10년 된 내 차의 변속기가 5단밖에 안 된다). 구체적인 속도는 노코멘트, 과속 시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분명한 건 고속에서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적절한 크기의 윈드스크린 덕에 바람의 저항도 유쾌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확신이 든다. 왜소하지 않은 미들급(굳이 용어설명 하자면 500~1,000㏄급의 엔진에 적당한 크기를 가진)의 차체와 부드러운 엔진, 그리고 오토 트랜스미션의 절묘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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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 심심하긴 하다. 경제성을 배려한 것이겠지만 낮은 RPM에서 변속이 이뤄지다 보니 명색이 745㏄ 엔진임에도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엔진의 힘을 느끼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최단거리를 포기하고 한남대교를 넘어 소월길로 접어든다. 오르막 차선에서 제대로 된 힘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다. 변속 모드를 ‘스포츠(S)’로 바꾼다. 방법은 너무 쉽다. 오른쪽 엄지의 버튼을 간단히 한 번씩 가볍게 살짝 눌러주는 것만으로 쉽게 D와 S를 번갈아 오간다. 스로틀을 당기면 변속이 늦춰진 채 RPM이 쭉 올라가며 가볍게 오르막을 치고 나간다. 코너링 역시 첫 대면임에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꼬불꼬불한 소월로를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회사 도착 후 계기판에 뜬 연비를 체크해 본다. 리터당 25㎞ 수준. 60㎞ 정속 주행시 39㎞라는 공인연비와는 차이가 나지만 복잡한 도심 주행이었고 빈번하게 스포츠 모드를 사용했다는 점,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짧은 시승기간과 아직 초보 티를 벗지 못한 기자의 익숙지 않은 운전실력까지 감안하면 훌륭한 연비라는 자평.

이제 하나 남았다. 바로 매뉴얼 모드다. 인테그라가 장점으로 내세운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키 포인트를 너무 뒤에 설명해서 조금은 미안한 감이 있긴 하다). 대부분의 바이크 트랜스미션은 수동 아니면 자동이다. 그런데 인테그라는 이 두 가지가 다 된다. 인테그라의 매뉴얼(M) 모드는 오토트랜스미션 자동차의 수동 모드로 생각하면 된다. 별도의 클러치 작동 없이 왼손 검지와 엄지로 ‘+’와 ‘-’ 버튼을 눌러주는 것만으로 1~6단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뉴얼 모드 경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퇴근 후 야간 주행에 나선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길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루 종일 내근인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말 장거리 시승 기회를 놓친 탓이기도 하다. 장소는 서부간선로와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나 있는 안양천로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의 집에서 가까우니까. 소감은, 대만족이다. 드라이브 모드 보다 훨씬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한데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엔진 브레이크의 묘미를 맛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필요한 시점에 내 맘대로 변속을 하는 재미!

그렇다고 명색이 시승기인데 칭찬만 할 수는 없는 법.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앞머리에서 밝혔듯 신장 170㎝ 이하, 또는 앉은키가 유난히 큰 사람은 고소공포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은 옥에 티다. 또 하나, 수납 공간이 대체로 넉넉한 편인 다른 스쿠터와 달리 인테그라의 수납공간은 다소 인색하다. 기자의 머리가 작은 편이고 풀페이스 헬멧이 아님에도 수납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어쨌건 구겨(?) 넣기에는 성공했지만 머리가 크신 분은 무리한 수납은 시도하지 말 것을 권한다. 별도의 리어케이스를 마련하는 게 효율적일 듯.

결론짓자. 인테그라는… “스쿠터인 듯 스쿠터 아닌 스쿠터 같은” 진짜 재밌는 바이크다. 혼다코리아가 이 모델을 ‘크로스오버’로 분류해 놓은 것도 이 때문 아닐까? 그래서 이런 라이더에게 추천한다. 너무 편한 건 싫고,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것도 싫은 이중적인 성격에 제격. 평일에는 넥타이 메고 구두 신고 출근하고, 주말에는 한적한 교외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넉넉한 라이딩을 하고 싶은데 바이크 두 대 보유할 용기가 없다면 ‘인테그라’는 후보 목록에 꼭 넣어 봄 직하다.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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