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7(목) 18:50
그 순간, 우리 모두는 하나였다. 대치상황의 노사(勞使)도, 실직자도, 공무원도, 국민들도. 벅찬 감동속에 희망을 보았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운명의 18번 홀. 러프에 빠진 박세리의 두번째 샷에 가슴조이며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깊은 한숨을 토했다. 풀숲에 잠겨 잘 보이지도 않는 흰 골프공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고난속에 빠진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당당함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했다. IMF체제에서 허우적되는 우리에게 박세리는 어떤 말보다 큰 소리로 외쳤다. 『험한 코스도, 깊은 러프도 넘어야 할 벽일 뿐 장갑을 벗는 순간까진 한 타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장면은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상록수」의 노래가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에게 더 없이 큰 힘을 주고있다.
별로 느껴보지 못한 환희와 기개, 아무리 어려운 위기의 파도라도 하나가 되어 극복해 온 끈기와 저력의 민족이었음을 새삼 확인시키는 장면이기에.
우승이 결정된 뒤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이 물었다.
『물속에서 공을 쳐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박선수가 대답했다.
『나는 어디로 보낼까를 생각했을 뿐이다.』
쳐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고려의 대상의 아니었다는 것이다.
「좌절할 것인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것인가.」
박선수가 「마의 18번홀」에서 보여준 역사적인 장면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홍준석 기자】
<<'마/스/크/오/브/조/로' 24일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