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뒤면 건국 60주년을 맞는다. 우리식 나이 셈법으로 치면 환갑이다. 한바탕 잔치를 벌여야 마땅하지만 분위기가 영 아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나라 돌아가는 모습이 온통 어수선하기만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국정 리더십은 표류하고 보혁 갈등은 건국전후의 좌우익 대립 양상을 방불케 하며 특히 경제난은 사람의 진을 빼놓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우리 젊은이들 활약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기쁨과 감동도 잠시뿐 현실로 눈을 돌리면 가슴은 다시 답답해진다.
그래도 너무 풀 죽지는 말자. 지난 60년 우리가 일군 성취를 생각해보라. 절대빈곤의 나라가 세계 13위 경제대국이 됐고 민주화도 이뤘다. 여기까지 오는데 아름답고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쟁을 치렀고 독재체제 아래서 자유와 인권을 잃기도 했으며 국가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넘어져 깨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좀 어렵더라도 주눅들 일이 아니다. 늘 그랬듯 또 일어나서 가면 된다. 선진국을 향해.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원칙과 상식이 물 흐르듯 통하며 사회시스템이 일류인 나라다. 어떻게 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생큐(Thank you)’와 ‘컨그래추레이션(Congratulation)’이 그 비책(秘策)이라는 지적(차동엽 저 ‘무지개 원리’)은 음미해볼 만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가 국민들의 일상어가 되면 1등 국민,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학자가 아닌 성직자다. 비책이라는 것도 심오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생활의 지혜 같은 평이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누군가 무엇을 잘 했을 때 축하보다는 질시를 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우리는 이렇듯 축하에 인색하다. 기업ㆍ기업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은 경제의 일선에서 뛰는 국가경제의 대표 선수들이다.
그들은 세계시장에서 외국의 일류기업들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운동선수들이 메달을 따려고 땀을 흘리는 것과 똑같다. 1등 기업이 많을수록 국가경제는 성장하고 국민들의 생활은 윤택해진다. 그런데 운동선수가 메달을 따면 환호의 박수를 보내고 감격해 마지않는 것과 달리 기업들의 성공과 승리에는 시큰둥하기 일쑤다.
오히려 축하보다는 잘못을 찾아내고 트집을 잡는데 익숙하다. 반(反)기업 정서는 기업의 의욕과 사기를 꺾는다. 최근 들어 고 정주영 회장과 고 이병철 회장과 같이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인들이 나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 스스로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컨그래추레이션에는 칭찬과 격려가 담겨 있다. 칭찬은 상대방을 고무시켜 없던 힘도 나게 만든다. 기업들이 잘했을 때 운동선수에게 보내는 축하와 격려의 10분의1만 보내도 그들은 신바람을 내서 더욱 열심히 뛸 것이다. 그 결과는 경제발전이며 그 과실은 국민 모두가 누리게 된다.
기업이 커지고 이익을 많이 내면 세금을 많이 내고 고용을 늘리며 공익사업 등 사회공헌활동도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컨그래추레이션에 대한 답례 말은 생큐인데 기업들은 국가경제에의 더 큰 기여로 격려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하는 셈이다.
축하와 감사는 이처럼 서로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공생의 원리다. 그게 확산되면 경제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도 크게 줄어든다. 이제 컨그래추레이션과 생큐라는 말이 난무하게 하자. 그러면 훨씬 살 맛나는 세상이 될 게 틀림없고 건국 65주년, 70주년에는 진정한 축제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