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부담 민간 떠넘기기 포석" 비판정부가 5일 내놓은 정크본드(고수익채권) 활성화 방안은 하반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현실성을 상실한 미봉책이라며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 배경
재정경제부가 비과세 조항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세제정책의 기본방향을 역행하면서까지 이 방안을 추진한 이유는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약 13조8,000억원규모의 고수익채권을 원활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다. 고수익채권을 발행한 구조조정 추진기업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살려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또 올해 연말로 종료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이은 채권수급안정 대책의 성격도 짙다.
시장기능에 의한 안전판기능을 고수익채권활성화 대책에 맡겨보자는 중장기적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증권사들에게 투신사역할을 맡아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부실기업채권인수로 기력이 쇠진한 투자신탁회사의 힘의 공백을 증권사들이 채우라는 명령에 다름아니다. 과다한 신용보증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비용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속셈도 간과할 수 없다.
▲ 추진 일정
재경부가 발표한 고수익채권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비과세 고수익채권펀드 허용, 고수익채권투자를 대행하는 랩어카운트 도입외에 채권자보호제도 강화 및 신용평가제도 개선, 채권정보체제 구축등 채권시장의 인프라를 쌓기 위한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를 통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고수익채권펀드 설립 기반을 마련하고 증권거래법시행령 및 금감위규정을 개정해 일임형 랩어카운트 허용,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산정기준을 완화시킬 계획이다.
표준계약서 제정, 표준계약서 제출의무화, 주간사와 수탁회사의 분리등 채권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와 공시정보의 확대, 신용평가회사의 평가기준 개선 등 채권신용평가제도의 개선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 실효성은 의문
임종룡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비과세 고수익채권펀드가 운용되면 신용경색이 풀리고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소화부담도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유보적이다. 차라리 냉소적이다. 김태수 굿모닝증권 마케팅개발부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30%이상 강제적으로 사게하고 나머지는 투신사의 수익증권으로 판매하라고 하면 어떤 고객이 상품에 관심을 보이겠느냐"며 "이번 대책은 견강부회식 졸속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다수 증권사들은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전산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이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BB+신용등급 이하의 기업 현행 전환가액보다 10%낮게 전환사채(CB)를 발행하도록 허용한 것은 일시적으로 고수익 채권의 물량을 소화할 수는 있어도 시장에서 정해져야할 가격을 왜곡시킬 수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재무안정성이 뛰어난 기업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좋은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시장 논리에도 위배된다는 비판이다.
채권시장은 정부가 실효성없는 정책입안에 시간과 비용만 소모하기보다는 부실기업처리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몰두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박동석기자
한동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