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민봉 "퇴직 공무원 재취업 허용 검토" 발언에 관료들 "탁상공론식 이상론" 쓴웃음

"인력 재활용 이전에도 나와

여론 감안땐 복귀 쉽지않아"

관료사회가 '관피아 척결'이란 사회적 요구에 부딪혀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최근 특강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화제다. 공무원이 퇴직한 후에도 재교육을 한다면 복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강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종의 재취업이나 우회적인 정년연장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인지, 단순한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인지 등을 놓고 해석도 분분하다.

20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수석은 이달 중순부터 정부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에 나눠 실시하고 있는 특강에서 공직사회의 혁신을 주문하면서 이 같은 퇴직 공무원 인력활용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유 수석은 특강에서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사기업에 취업하거나 안전관리 및 인허가권을 쥔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 외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는 게 강연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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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직자는 "요즘 공무원들은 나이 쉰을 넘기면 옷 벗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의 취업 길이 관피아 논란으로 막히다 보니 유 수석이 퇴직 공무원의 퇴로를 열어주면서도 사회적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던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직자는 국민의 혈세로 키운 인적 자산인데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직에서 내보내 그간 쌓은 경험과 실력을 사장 시키는 게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다만 유 수석의 아이디어는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으면 자칫 정치적으로 곡해되거나 탁상공론식 이상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1급 간부는 "듣기에 따라서는 관료들이 옷 벗은 후에도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라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 국장급 관료는 "조기 퇴직한 공무원들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게 새삼스런 이야기냐"며 반문하며 "지난 정부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일부 나왔지만 국민감정을 생각할 땐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장은 "공직을 떠난 뒤 다시 복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공직사회로 컴백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말"이라고 반신반의했다.

유 수석이 제안한 인력활용의 방향은 맞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국장급 간부는 "기본적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직 자리가 크게 줄고 조기 퇴직하는 동료 공무원들도 늘었다"며 "정부의 규모와 인력수급에 대한 보다 긴 안목의 조정이 선행돼야 하며 퇴직인력 재활용은 보완책 수준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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