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 휘발유값 2년전보다 290원 낮은 셈

■ 정부 기름값 잡는다는데… 정말 문제 있나<br>소비자가격서 세금이 절반에 환율 감안땐<br>정유사 이익률 1.5% 밖에 안돼 인하 여지 없어<br>"석유제품값 내리려면 세금 인하·환율안정 급선무"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기름값 인하를 강요하고 있지만 높은 기름값의 원인이 세금과 환율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간과해 정유사들만 '마녀사냥'식 공격을 받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50%를 차지하는 세금이 존재하고 2년 전에 비해 환율이 상승한 점을 감안할 경우 현재 가격은 2년 전보다 리터당 70원가량 싼 가격이다. 반면 정유사의 이익률은 1.5%밖에 되지 않아 정유사를 압박한다 해도 기름값 인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정유사 일년 이익을 다 합쳐 기름값 인하에 쏟아붓는다 해도 리터당 10원 정도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의 지난해 1~3분기 정유 부문 매출액은 63조3,852억원, 영업이익은 9,614억으로 영업이익률은 1.51% 다. 사정이 이럼에도 대통령이 기름값을 지적하자마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정유사에 대한 대규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한 정유업체의 관계자는 14일 "5~6명의 공정위 직원들이 회사에 나와 영업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면서 "제품 가격이 적정한지 검토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내놓을 대응책은 별로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결정 구조는=현재 휘발유ㆍ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가가 아닌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환율을 반영해 결정하는 구조다. 결국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정유사가 단독으로 정하기보다는 국제 수급상황과 환율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한국 정부나 정유사가 조절할 수 없다. 또 국제 투기세력이 개입, 수요와 공급보다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국제 유가가 변동하고 있는 점도 유가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석유제품 가격을 정유사가 마음대로 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50%를 차지하고 정유사의 세전공급가격은 44%, 주유소 유통비용 및 마진이 6% 수준이다. 다시 말해 정유사가 기름값을 10% 인하해 공급해도 소비자가는 5% 남짓 내릴 뿐이다. 또 지난해 3ㆍ4분기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1.5%에 불과해 정유사가 이익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실제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만큼 가격 변수가 투명하게 공개된 제품도 없다"면서 "설령 정유사의 수익을 고스란히 가격 인하에 쏟아붓는다고 해도 소비자가격을 리터당 10원가량 내릴 수 있는데 이 정도 인하 폭으로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금과 환율이 문제=이 대통령은 기름값이 부적절하다는 근거로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일 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정도였으나 현재 국제유가가 80달러 정도인데도 휘발유 가격은 1,800원에 달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과 지금의 석유제품 가격 구조를 분석해보면 현재 기름값이 왜 높은지, 그리고 가격 인하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실제로 2008년에는 유류세를 인하했으나 2009년부터 이를 없애면서 리터당 82원의 인상 요인이 생겼다. 또 당시 1%이던 원유수입관세가 지금은 3%로 올라 리터당 11원이 비싸졌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당시보다 리터당 가격이 128원가량 비싸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다 합치면 223원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국내 기름값이 원유값이 아니라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원유가와 국내 기름값을 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결국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려면 세금을 인하하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이 나온다. 환율은 마음대로 조정을 하기 힘든 외생변수이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해 남는 수단은 세금인하밖에 없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내 마진이 박해 대규모 수출과 막대한 고도화 투자를 통해 간신히 1~2%대의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 등 세금을 내리지 않고 정유사에만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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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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