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4연임의 의미

미국경제의 전후 최장기 호황의 배경에는 그린스펀 의장의 탁월한 금리정책조율이 있다. 그만큼 금리운용의 타이밍과 폭이 절묘했다. 인플레없는 고성장은 그래서 가능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기술적 전문성과 고도의 분석력, 전통적 상식의 결합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다 정치적 외풍에 타협하지 않는뚝심과 직업의식도 빠뜨릴 수 없다.지난 87년 의장직에 오른후 레이건, 부시, 클린턴 등 세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그는 정치보다는 경제를 먼저 생각했다. 그에게 정치적 목적으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해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재계의 로비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가 소신을 굽혔다면 오늘날 그에 대한 금융시장의 절대적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연임은 이미 예상됐지만 클린턴대통령이 조기에 연임사실을 발표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크게 의식했기 때문인 것같다. 그린스펀이 있는 한 미국 경제는 계속 잘 나갈 것이란 시장의 믿음을 다지는 것이 차기대통령후보인 앨 고어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음직하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의 4연임 발표후 뉴욕주가는 폭락했다가 5일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와 동조현상을 보여 세계 증시가 폭락장세를 나타냈다. 그의 연임이 미국 금리의 인상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른 증시의 과민반응일 것이다. 뉴욕주가는 그동안 너무 올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린스펀의장이 이달중 결정할 금리인상폭에 세계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주가와 금리도 그가 올해 그릴 금리정책 구도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미 금리의 상승으로 금리·환율·물가 등 거시변수들도 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경제정책운용상의 유연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린스펀 의장이 보여준 시장의 현실과 생리를 꿰뚫은 합리적인 정책결정과 뚝심있는 추진력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관료와 금융당국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배려도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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