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반도체 투자지형 확 바뀐다

삼성, 내년 30% 줄여 81억달러로 2위<br>TSMC는 9% 이상 늘려 87억달러 1위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내년에 전체 반도체 투자를 올해보다 30% 이상 줄인다. 반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투자를 늘리면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투자 지형이 크게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2013년 투자 전망에 따르면 투자 규모에서 삼성전자가 2위로 추락하고 대만의 TSMC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파운드리 업체가 반도체 투자 1위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체 1위로 2000년대 들어 글로벌 반도체 투자 1위 자리를 줄곧 유지하며 전세계 반도체 투자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투자 축소와 TSMC의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내년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2013년 올해 대비 9.4% 증가한 8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며 1위로 올라선다. 이 회사는 2012년에는 80억달러를 투자해 3위를 기록했다.

가트너는 2012년 투자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내년에 올해보다 31.6% 감소한 81억달러를 투자,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감소 폭은 2009년 리먼 사태 여파가 미친 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13년 반도체 투자 세계 3위는 인텔로 8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가트너는 분석했다.

전세계 반도체 투자는 삼성전자 1위, 인텔 2위, TSMC 3위 등의 3강 구도가 수십년간 유지돼왔으나 내년에는 이 같은 구도가 변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ㆍ도시바ㆍ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에 나서면서 TSMC의 약진이 돋보이게 됐다.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내년 세계 반도체 투자 1위에 오른다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도시바ㆍ마이크론 등 자체 생산업체들이 일제히 보수적 기조로 돌아서고 대신 그 자리를 TSMC가 맡으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리드해나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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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다른 회사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든다. TSMC가 2013년 세계 투자 1위에 오른다는 것은 거꾸로 주문량이 밀려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세계 휴대폰 칩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은 물론 브로드컴 등 팹립스 업체들이 수주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TSMC에 위탁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도시바ㆍ마이크론 등 차세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시황 악화와 D램 값 안정화 등을 위해 보수적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사실 우리 반도체 업체들이 현재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으나 늘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감산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에는 수익성 확보 등을 위해 투자 축소와 본격적인 감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등 반도체 업체들이 시황 악화와 물량 공급 조절 등을 위해 보수적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며 "반면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몰려드는 물량 때문에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HI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12%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5% 상승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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