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진경제 도약위해 '양보다 질' 승부강조

■ KDI '비전 2011' 보고서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내놓은 '2011 비전과 과제'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의 집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자는 것이 골자다. 때문에 우리 사회구조와 경제체제가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담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 교육제도 혁신 등은 하나같이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KDI는 이 같은 과제들을 풀지 못하는 한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DI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제 시스템의 전환 ▦지식정보화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경제구조 변화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과정의 신속한 확립 등을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로 꼽았다.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KDI가 꼽은 과제 중 즉각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대목은 크게 두가지. 고교평준화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의 과감한 전환 등이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사회 전체가 적지않은 비용을 지불하며 추진해온 사안들이다. 여기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도권집중억제책 재검토=국가적 과제인 동북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거점(Hub) 부상 전략을 위해 외국인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과거에는 수도권 집중이 국내문제였지만 글로벌 시대에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수도권이 안된다면 투자선을 다른 나라로 돌리겠다는 외국인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유인 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부총리는 국가전략적으로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의 취지와 관계없는 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인구나 교통문제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국가경쟁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과감한 유인요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KDI가 제시한 '수도권 규제 자유지역' 설치는 이 같은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고교평준화 보완, 대학기여금입학 허용=고교평준화정책을 대폭 보완해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선택권을 갖고 대학에 기여금 입학(기부입학제)을 허용하는 등 교육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학교교육이 일률적으로 통제되는 현행제도하에서는 국제무한경쟁시대에 통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KDI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에서 획일적으로 양성된 인력의 경우 최고급 인력이라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임금만 터무니없이 높아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금 입학제 등도 궁극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의미와 전망=KDI 보고서는 10년 뒤 우리 경제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교육문제와 외국어공용제 도입, 고령사회에 대비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과도한 급여수준을 내리고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며 건강보험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총액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연금개혁안도 두드러진다. 농업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러나 KDI의 이런 지적들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앞으로도 실제 시행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고서 지적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정부의 중장기 정책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예산 5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자칫 공허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있다. 이번 보고서가 적시한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집단이기주의 등 산적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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