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메라 떠나면 재해지역 구호도 '끝'

남아시아 지진해일 재앙보다 희생자 수는 적었지만 중미 지역에 그에 못지 않게 큰 피해를 냈던 1998년 11월의 허리케인 `미치'를 비롯해 대규모 재난 피해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은 `용두사미'가 되기일쑤라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대규모 재해에 쏠린 언론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몰려 들었던 정부 및민간 단체 관계자들이 떠나버리고 지원 약속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그 사례로 `미치' 피해를 입은 온두라스와 2000년 대홍수 피해를 겪은모잠비크, 1년전 지진으로 4만명 이상이 숨진 이란 등을 들었다. 타임스는 특히 5일간 집중 호우가 계속돼 9천여명의 인명과 9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미치'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온두라스를 찾아 재해 당시 봇물 터진듯 쏟아졌던 국제사회의 구호약속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피해지역인 산 미겔 아르캉헬의 경우 이곳 주민들이 `미치' 이전에는 한번도 소유해보지 못한 번듯한 집들이 건축돼 겉보기에는 허리케인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듯했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새로 지은 집들은 전선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고 4개월전 설치된 상수도 시설은 터지고 말았다. 학교가 한 곳 들어섰지만 학생들보다는 교사들의 결석이 더 잦고 병원은 지어졌지만 의사가 없다. 경찰 초소에 경찰관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 그럴듯한 `마을 회관'도 건축됐으나 마을 주민 가운데 이 회관의 열쇠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을의 원로인 나움 카세레스씨는 뉴욕 타임스 취재진에게 "집 말고는 아무도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난하지만 지금 우리는 잊혀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의 쓰나미'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국제사회의 큰 동정과 연대의식을 불러 일으켰던 `미치' 피해를 겪은 후 중미지역에는 90억달러에 달하는 지원 약속이봇물 터진듯 쏟아져 나왔으나 뉴욕대의 국제협력센터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아직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온두라스 관리들은 제안된 지원액 가운데절반 가량은 차관 형식이라고 푸념했다. 이란의 경우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지역인 밤의 중심가는 곳곳이 여전히 잔해로 뒤덮여 있고 수만명의 이재민들이 임시 조립주택에서 기거하고있다. 냄비처럼 쉽게 식어버리는 국제사회의 관심에다 이란의 비효율적인 관료제와법률 체계의 문제까지 겹쳐 복구 작업이 하염없이 지연되자 민간 구호단체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이란 관리들은 약속받은 지원자금 10억달러 가운데 지금까지 실제로 받은 금액은 1천7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남아시아 지진해일의 경우 피해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장기적인 구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과거와는 양상이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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