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ㆍ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중국 베이징(北京) 등이 준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24일 하루동안 환자 89명이 늘어나고 4명이 사망한 베이징은 시민들의 도시 탈출 러시와 생필품 사재기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이날 베이징역과 서우뚜(首都) 공항을 통해 수 천명씩 베이징을 빠져 나갔다. 시민들의 동요는 하루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베이징을 산시(山西)성과 함께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한 데다 베이징이 곧 봉쇄되고 계엄령이 내려질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과 주변 지역을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등 부분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베이징 대학 인민병원(병상 1,020개)을 폐쇄했다. 베이징 대학측은 2,000명여의 환자와 직원들이 시내 6개 지정병원 중 한 곳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시 당국은 23일에는 사스환자와 의심환자, 이들과 접촉한 사람 등을 강제로 격리할 수 있도록 한 포고령을 발표했다.
베이징에서는 쌀과 라면, 양념류, 화장지, 포장음식 등 생필품을 비롯해 마스크와 체온계, 소독약 등도 사재기로 인해 품귀상태를 빚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의 대규모 귀국에 이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등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현재 중국의 사스 환자는 2,422명에 달했고 110명이 사망했다. 전세계적으로는 환자 4,630명, 사망자 261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9일 태국의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참석토록 해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하루 전 우이(吳儀)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사스예방치료지휘부를 설치하고 방재기금 20억 위안(3,200억원)을 배정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上海)에서도 사스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26일 폐막 예정이던 국제자동차전시전을 이틀 앞당겨 24일 폐막했다.
<최형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