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1일] 생닭 시식행사의 의미

기자가 사는 동네에는 유독 장사가 잘 되던 치킨집이 하나 있다. 이 집은 원래 날이 조금만 따뜻해지면 도로변에 파라솔을 몇 개씩 펴놓고 손님들을 맞고는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치킨집 안에 있는 테이블도 텅 비어 있다. 서울에서도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여파다. AI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은 ‘AI에 걸린 조류도 익혀 먹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식은 이성으로 이해될 뿐 감성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와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오는 22일 ‘닭ㆍ오리 외식업 종사자 범국민 소비촉진 호소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선보이게 될 ‘생닭 시식 퍼포먼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혹시 오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얘기하면 생닭은 살아서 움직이는 닭이 아니라 익히지 않은 도계(죽인 닭)다. 이 퍼포먼스는 가맹점 대표들이 참여해 생닭으로 만든 요리를 먹는다는 내용으로 “익혀 먹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걸 보면 (소비자가)최소한 익힌 것은 먹지 않겠느냐”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생닭은 AI 감염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전국 치킨집 주인들 중 감염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어떻게 설명이 됩니까.” 주최 측에 따르면 전국에서 닭ㆍ오리 등을 판매하는 100만명의 종사자들은 매일 생닭과 생오리를 손으로 만진다. AI는 호흡기로 감염되므로 만지거나 먹거나 감염 확률은 같다. 아직까지 만져서 감염된 사람이 없는 만큼 먹어도 괜찮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생닭 시식 행사까지 벌이는 것은 이번 AI 확산으로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턱밑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AI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논의의 초점은 피해농가에만 맞춰졌지 판매업자에게는 관심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닭ㆍ오리 판매업자의 힘든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AI 사태는 생닭 시식이라는 일회성 행사로 해결될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일관한 정부 당국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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