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숏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열린 '한국과 TPP' 세미나에서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FTA 협정에 대한 피로감, 일본과의 마찰, 쌀을 포함한 민감품목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한국 정부가 TPP 가입을 미뤄왔다"며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지연 결정은 전략적 실수"라고 주장했다. 숏 연구원은 이어 "한국은 TPP 공식 발효 이후 TPP에 추가로 가입할 대상 국가 명단의 맨 상위에 올라 있다"면서 "후발주자로 TPP에 가입할 경우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예상 진입 장벽으로 협상력 약화에 따른 각 분야의 시장 개방폭 확대와 더불어 한미 FTA 상의 조건을 넘어서는 미 의회의 추가적인 요구 가능성 등을 꼽았다.
숏 연구원은 오는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막되는 TPP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면서 한국의 TPP 추가 가입 협상은 TPP가 완전히 발효되는 2017년 또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 자리에 참석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일형 원장은 "TPP 가입은 한국에 유익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한국이 TPP 가입을 서두르지 않은 것은 TPP의 혜택이 무엇인지 등 모든 조건을 꼼꼼히 따지려는 것이지 숏 연구원의 주장처럼 일본 등 다른 요인과 관련된 '전략적 실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30일 열리는 TPP 각료회의는 지난 7월 말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각료회의와는 달리 참가국의 국내 사정이 일변하면서 협상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내년에 선거를 앞둔 미국과 일본은 물론 당장 10월19일 총선이 예정된 캐나다는 타결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뉴질랜드와 멕시코는 자국 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대립하는 구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내년에는 대규모 통상교섭을 진행할 형편이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이번 각료회의에서 반드시 협상을 매듭짓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도 고전이 예상돼 어떻게든 선거 전에 TPP 협상을 끝내고 싶어하는 입장이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상반된 입장이다. 신약의 특허 보호와 관련해 제약산업 대국인 미국은 12년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머지 거의 모든 국가가 반발, 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보호기간을 5년으로 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낙농대국인 뉴질랜드는 유제품의 대폭적인 수출 확대를 요구하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