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을 빌미로 시장 투명성이 오히려 저해된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사시28회)는 집단소송제 도입 9개월에 즈음해 “제도 시행을 앞두고 남소 가능성을 우려하며 집단소송법을 후퇴시킨 재계 단체와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소송의 부정적 영향만을 강조했던 전경련 등 재계 단체들을 꼬집으며 “이들이 기업에 과도한 불안감을 심어줘 기업들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집단소송 시행 이후 기업이 상장을 기피하고 공시를 꺼려 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입법 당시 재계 단체들의 요구만 전적으로 수용했던 정부는 지금 사실상 더 큰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집단소송 피소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시장 투명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 사실 그는 제도 시행 이전부터 집단소송을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분석, 남소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다. 소송 초기 막대한 비용과 패소 위험을 떠안고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집단소송은 다른 어떤 송무 분야보다 ‘벤처 비즈니스’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 이 같은 부담을 떠안을 ‘준비’가 된 국내 중소형 로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향후 1년 새 최소한 한 두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시장 선점효과’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는 메리트 때문에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첫 소송을 제기할 변호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집단소송의 특성 때문에 집단소송 변호사는 ‘일반적’ 의미의 변호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집단소송 변호사를 ‘사적 법무장관(Private Attorney General)’으로 부른다”며 “그만큼 집단소송 변호사는 막강한 힘과 고도의 도덕성이 함께 수반된다”고 지적했다. 부정을 저지른 거대 기업을 상대로 과실책임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기업측으로부터 의뢰인의 이익에 반하는 유혹의 손길이 뻗쳐오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주가조작과 관련한 한 민사소송을 진행할 당시 피고측으로부터 ‘원고들에게는 상징적 수준의 합의금만 주는 대신 변호사에게 돈을 더 주겠다‘는 식의 제의가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내에서 집단소송이 실제 진행될 경우 이 같은 ‘뒷거래’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집단소송 변호사의 첫 번째 조건이 고도의 도덕성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