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팍팍… 장롱속 동전까지 꺼낸다

올 동전환수율 21.6%, 작년보다 8.8%P 늘어… 금융위기 후 최고수준


경기둔화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집안 장롱 한구석에 내팽개쳐졌던 동전이 시중으로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 답십리우체국의 한 관계자는 "물가는 오르는데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면서 고객들이 돼지저금통을 깨 동전을 예금하거나 동전으로 공과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동전 사용이 많다 보니 동전 계수기를 사용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 성가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던 500원ㆍ100원ㆍ50원 등 동전들의 귀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은행의 동전 환수율이 급증하고 있는 데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 11월까지 동전 환수율은 21.6%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26.6%) 이후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돼지저금통의 동전까지 꺼내 들고 은행이나 우체국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기둔화의 어두운 그림자인 셈이다. 조군현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동전 환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동전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2008년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로 발행된 동전은 829억1,000만원. 한은으로 돌아온 환수금액은 179억800만원으로 환수율은 21.6%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12.8%) 8.8%포인트나 늘었다. 같은 기간 500원 주화의 환수율은 11.5%에서 22.4%로, 100원 주화는 14.0%에서 20.7%로, 50원 주화는 25.5%에서 40.3%까지 증가했다. 10원짜리만 7.0%에서 4.6%로 감소했을 뿐이다. 특히 50원 주화는 2008년 환수율 35.3%를 웃돌았다. 연도별 동전 환수율은 2007년 1.2%에서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26.6%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2009년 17.8%, 2010년 12.5%를 나타냈다. 시중은행ㆍ우체국 등 예금기관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동전이 적정 보유 규모를 넘으면 한은에 예치한다. 한은은 동전 유통 활성화 차원에서 동전 환수가 많은 예금기관에 대해서는 신권 교환을 많이 할당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처럼 음지에 꼭꼭 숨어 있던 동전들이 양지로 나오자 한은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주화 발행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의 경우 동전 발행비용은 900억원에 달했지만 동전 유통이 살아난 덕분에 2009년의 경우 신규 발행비용은 400억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동전의 화려한 귀환으로 국민들은 잔돈을 활용할 수 있고 한은은 발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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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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