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경1면] 미 1.2위 석유회사 엑슨-모빌 합병추진

【뉴욕=김인영 특파원】 1911년 당대 미국 최대 거부였던 존 록펠러는 자신의 회사가 34개로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80여년이 지난 지금 핵분열된 회사들이 다시 합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상당히 진전된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엑슨사와 모빌사가 그 주인공이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6일자에서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사가 경쟁업체이자 2위 회사인 모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 규모가 6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고, 베어스턴스의 분석가 프레드 루퍼씨는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인 액수가 얼마든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 규모로는 단연 세계기업 인수 및 합병(M&A) 사상 최대다. 엑슨의 자본금은 1,770억 달러이고, 모빌은 600억 달러. 합병이 성공할 경우 엑슨-모빌은 자본금 2,370억 달러로, 네덜란드의 로열 더치-셸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석유메이저로 탄생한다. 세계 석유업계의 합병은 벌써부터 시작됐었다. 올들어 영국 브리티시 오일(BT)는 미국 아모코사를 인수, 세계 3위로 부상했다. 또 25일에는 미국의 시걸 에너지와 오션 에너지가 11억 달러의 주식 거래를 통해 합병을 단행함으로써 미국내 랭킹 10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처럼 최근 세계 석유업계에 M&A 바람이 이는 것은 유가인하 때문이다. 아시아 위기로 세계적인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는 1년 사이에 40%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석유회사들은 중복 부문을 도려냄으로써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기 위해 합병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뉴욕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44센트 폭락, 12년만에 최저가인 11.86센트에 거래됐다. 석유분석가들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실패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석유회사들의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유 쿼터를 논의하고 있는 석유수출기구(OPEC)내의 각국 입장도 회의를 계속 연장해야 할 만큼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엑슨과 모빌은 모두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들이다. 엑슨은 분리 후 「스탠더드 오일 오브 뉴저지」, 모빌은 「스탠더드 오일 오브 뉴욕」으로 출발, 오늘에 이르렀다. 80여년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스탠더드 오일의 분리 결정을 내렸을 때의 이유는 독과점 횡포였다. 이에 따라 엑슨의 모빌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통과 여부다. 세월이 지났지만, 또다시 독과점 우려가 없는지 면밀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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