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 '구제금융' 한국에 미리 알려

지난주말 김동수 차관에 내용·취지등 설명<br>"앞으로도 적극적 협력관계 유지하자" 당부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우리 정부에 정확한 규모는 함구한 채 “조만간 구제금융을 단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주 말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데이비드 매코믹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8일 오전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게 직접 전화해 구제금융의 내용 등을 설명한 뒤 “앞으로도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자”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구제금융 발표로 그간 무리하게 제기됐던 ‘한국의 9월 위기설’이 종료됐다고 해석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지난주 금요일 전화를 통해 ‘조만간 구제금융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면서 “그러나 그 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를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7일(미국 현지시간)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각 1,000억달러씩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입해 선순위 우선주를 매입하는 한편 시장에서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을 직접 매입해 시장 안정에 나서기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이 같은 구제금융 조치는 사상 최대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또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한 뒤 우리 측 정부에 이를 직접 설명하는 성의도 보였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코믹 차관은 이날 오전 김 차관에게 전화해 구제금융의 내용과 취지, 그리고 앞으로의 협력관계 유지 등을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차관에 이에 대해 “매코믹 차관과 원론적 수준의 대화를 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두 차관 간의 전화통화 일정은 지난주 토요일 확정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구제금융을 사전에 통지하고 차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용 등을 설명한 것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채권 규모가 컸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간 미국 측은 이들 기관의 채권을 매각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부탁해왔다”면서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끝까지 보유했던 게 이유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규모의 구제금융을 단행함에 따라 환율시장은 물론 주식시장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위해 현재 싱가포르ㆍ홍콩ㆍ런던ㆍ뉴욕 등에서 로드쇼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구제금융을 발표함에 따라 발행조건도 당초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0억달러의 외평채 발행은 사전에 시장조성 등을 다 해놓았기 때문에 성공 여부보다 가산금리에 더 관심이 컸다”면서 “가산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환율시장 역시 미국 금융시장 안정으로 이탈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달러 유입으로 환율시장 안정은 물론 주식시장 상승 등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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