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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북한의 나선특구 공동개발이 가시화하면서 북중 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의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이 나선특구의 철도와 발전소, 부두 사용권을 독점할 경우 북한이 중국 경제권으로 급속히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동북의 주요 거점 도시인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을 잇는 동북 3성 경제 진흥책인 이른바 창지투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남부는 물론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로 북한의 나선특구 부두권 사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북한도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가중되고 있는 경제난을 해결하고 올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포한 강성대국 진입을 위해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난국 돌파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등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 이번 특구 공동개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번 계약으로 동해 출항권을 확보할 경우 동북 3성의 석탄 등 자원을 비롯해 각종 물품을 한반도 동해를 통해 중국 남부로 저렴하게 실어 나를 수 있어 혁신적인 물류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지린성ㆍ헤이룽장성 등은 현재 수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다롄항과 단둥항을 이용해 막대한 물류비용을 대면서 교역을 하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선특구의 항구를 이용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이득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확보한 나진항 1호 부두 보수 확장을 계기로 동북 3성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화물 선박 편으로 중국 남부 지역에 대량 운송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 이미 나진항 제1호 부두 사용권을 따냈고 그동안 확장 공사를 벌여 연간 100만톤 규모의 하역능력을 갖춘 중국이 이번에 나진항 부두 3곳을 더 확보하게 됨으로써 물류 교역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남북교류 전면중단 조치인 5ㆍ24조치로 가뜩이나 남북 경제교류가 막힌 상태에서 북중 교류가 가속화하고 있어 가일층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 북한은 5ㆍ24조치로 남북 교류가 막히면서 외화조달을 위해 무연탄ㆍ철광석 등의 대중수출을 급속하게 늘리는 등 북중 무역이 급증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북한의 대중 무역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2% 늘어난 3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베이징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모 기업인은 "한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대북 사업 교류를 하지 말도록 강제하고 있어 남북 교류 사업은 완전히 정지돼 있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편중된 북한의 경제관계가 중국 쪽으로 더욱더 예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북중 계약에 대해 북한이 개혁ㆍ개방으로 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이번의 50년 부두권 사용 등은 아직 진위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 개발의 진위 여부를 떠나 북한이 지나치게 중국경제에 편입될 경우 통일 이후 한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인 만큼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