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막오른 '집단소송' 시대] "2년 유예" "사면불가"

'집단소송' 재계·시민단체 입장…소송비용 부담등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지속


지난 2000년 10월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4년간의 준비 끝에 올해 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 중 과거분식 2년 유예와 소송 남발을 막기위한 제도보완이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2년 유예와 남소 방지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원칙을 훼손하고 실효성 없는 요구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거 분식회계 유예되나= 기업들은 집단소송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과거분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박정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회계처리의 단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각오와 노력만으로 과거분식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해소 기회를 주지 않고 책임과 처벌만 강조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받아들여 당정은 지난해 말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의 과거분식을 2년간 유예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에서 부결 처리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사위원들은 내년 2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적용유예는 법적ㆍ회계적으로 불가능하고, 과거분식 사면은 어떤 이유로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기업들이 엄청난 이미지 손상과 형사ㆍ손해배상 책임 등을 감내하면서 분식을 털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유예를 선택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버리고, 과거와 현재의 분식을 섞을 수 있는 기회만 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집단소송 요건도 시빗거리= 집단소송 요건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한쪽은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요건이 너무 완화돼 있어 남소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집단소송의 남발을 우려하는 전경련은 ▦소송을 위한 보유지분요건 상향 ▦담보제공제도 신설 ▦소송비용부담규정 신설 등을 건의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은 배상이익이 회사에 귀속되지만, 집단소송은 배상이익이 주주에게 귀속되는데 소송요건은 같다”며 “현재 0.01%인 요건을 이사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과 같은 기준인 0.05%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패소할 경우 변호사 보수 전액을 소송비용으로 인정해 부담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집단소송의 남소 우려는 여론몰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수정 간사는 “증권집단소송은 평균 5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패소할 경우 엄청난 피고측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시장의 현실에 비춰볼 때 집단소송 형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송이 남발한 후에 소송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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