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신라를 도울 것처럼 해서 660년과 668년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차례 멸망시킨 당은 이제 신라까지 넘본다. 속국으로 취급한 것이다. 양국의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옛 백제 지역 거점을 차례로 잃게 된 당은 만주에 대기하고 있는 대군을 대동강을 건너 남하시켰다. 신라와 당의 전투는 대동강에서 임진강 사이에서 주로 벌어졌다. 신라는 당군의 침략을 막기 위에 한강 유역에 성곽을 쌓기 시작했다. 이중 최대규모가 남한산성이다. 삼국사기는 "672년 한산주(漢山州)에 주장성(晝長城)을 쌓았는데 둘레가 4,360보"라고 썼다. 현재 경기도 광주시 소재 남한산성 축성 기록 중 최초의 사례다. 훨씬 나중인 조선시대 병자호란에서 청의 공격에도 함락되지 않았던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기록상으로는 남한산성에서 당과 신라의 직접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 당군은 임진강까지 내려왔을 뿐 신라의 거센 저항에 막힌데다 토번(지금의 티벳)과 전쟁에서 불리해지자 결국 676년 한반도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남한산성에서 가장 큰 성문인 남문이다. 1779년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