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에 맞서는 게 정치가 아니다"라는 프랑스 좌파의 반성

프랑스 집권 사회당 내부에서 핵심 이념인 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통렬한 자기비판이 제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최근 경제인들과 만나 "그동안 기업에 맞서야 진정한 좌파고 기업들이 없어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국민이 적게 일해도 더 잘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오류였다며 집권 좌파의 변화와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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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장관의 반성은 좌파 경제정책의 현실적 폐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사회당 정부는 집권 이후 법인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자 중과세를 도입하는 등 반시장적 정책을 잇따라 도입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좌파의 상징인 '주(週) 35시간 근무제'가 대표적인 예다. 임금은 깎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어들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거나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고 성장을 가로막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마크롱 장관이 근로시간을 노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자 찬성여론이 75%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프랑스 국민들은 정치인과 달리 반기업 정책이 경제 문제의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낡은 이념이나 정통성에 매달려 국민을 생활고에 빠뜨리는 정치는 외면받게 마련이다. 프랑스 좌파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정부가 아니라 바로 기업이라는 현실을 뒤늦게야 깨달은 셈이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대기업을 야단치고 윽박질러야만 제대로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야당은 대기업을 만만한 공격 대상으로 삼아 선거만 닥치면 법인세 인상, 지배구조 개편을 단골메뉴로 내놓고 있다. 대기업이 사라지면 야당의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좌파의 본류인 유럽 사회당마저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대기업에 대한 반감과 편견을 강제로 주입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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