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현철 부분사면] "장고끝 악수" 시선

金대통령이 국민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를 사면해준 것은 지난번 장관부인 옷사건 때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현철씨에 대해 「잔형면제」라는 부분사면을 결정한 것은 金씨 재수감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사이에서 고심끝에 내린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번 옷로비 사건 이후 6월 대(對)국민 사과때 『국민을 하늘과 같이 받들겠다』던 다짐을 다시 저버렸다는 점에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조치로 인해 법적용의 형평성, 부정부패 척결의지 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손상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내각제 개헌약속 파기로 흔들리고 있는 金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金대통령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철씨 사면을 결정하게된 나름의 이유는 있다. 金대통령이 현철씨의 재수감을 피하려 한 것은 우선 정치적 동지이자 경쟁자관계로 30여년을 지내온 金 전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의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선자 시절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동때 현철씨에 대한 선처를 약속한 정리가 개인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또 『金대통령이 21세기를 앞두고 「용서와 화합」의 큰 정치를 주장하는 마당에 현철씨를 재수감해놓고는 그 구호가 힘을 받을 수가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전반을 놓고 볼 때 金대통령은 작은 것에 연연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金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내각제 합의 번복에 따른 어수선한 정국을 타파, 국면을 전환하고 재벌 및 정치개혁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국민적 동참이 필요하지만 현철씨 문제로 민심이반과 국론분열을 야기함에 따라 8·15 경축사의 효과가 애시당초 물건너 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8·15를 계기로 「생산적 복지」이념을 중심축으로 삼아 중산층과 서민을 보호하고 재벌개혁과 정치개혁을 과감히 단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재벌과 야당 죽이기」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철씨 사면이라는 「국지적 문제」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반응을 보면 이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가 주한 외교사절과 해외공관을 통해 수집한 「외국여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아들의 사면문제로 논란이 계속되는 현상 자체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철씨 사면논란이 계속될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또다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 개인적으로 볼 때도 「화합과 용서의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효과가 있지만 「정치적 빅딜」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기 때문에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 조차 『金대통령의 지나친 배려와 조심성으로 인해 중요한 시점에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국정기조 자체가 표류하게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준수기자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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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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