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이라크 농부가 미군의 아파치 헬기를 잡았다는 것. 이라크 TV들은 지난 24일 바그다드 남쪽 80km 떨어진 카르발라 지역에서 이라크 농부가 소총으로 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를 격추시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내에도 외신과 통신사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이 25일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먼저 군사적, 경제적으로 살펴보자. 아파치가 어떤 헬기인가. 동체 하부 등 주요 부분이 가벼우면서도 방탄력이 강한 티타늄 합금이어서 소총탄은 물론 웬만한 기관총탄에 피격돼도 거뜬한 방어력을 갖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정도는 내장된 대응시스템(플레어)로 회피가 가능하다. 8km 밖에서 어떤 전차도 파괴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16기나 장착한 것은 물론 동체 하부의 30mm 체인건은 조종사가 눈만 돌리면 자동적으로 따라가 목표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공격헬기다. 더욱이 추락한 헬기는 아파치중에서도 가장 최신형인 AH-64D 롱보우형이다. 가격이 최고 5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전투기보다 비싼 롱보우 아파치를 떨어뜨린 무기는 소총. 그 것도 M-16이나 AK-47같은 자동소총도 아니다. 단발로 사격하는 구식소총으로 헬기를 잡았다면 전쟁사에 기록될만 한 일이다. 효율성으로 본다면 인류 역사 이래 최고로 경제적인 사격에 해당된다.
두번째로 놀라운 점은 그의 직업이 농부라는 데 있다. 일개 농부가 `삽질` 대신 `총질`을 했다면 아랍세계의 전쟁의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외신은 미국과 전쟁을 위해 이라크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물론 이라크 농부의 영웅담은 조작된 사실일 수 있다. 아파치가 그렇게 허약하지도 않고 이라크는 어떻게든 상징조작을 만들어 내야 하는 처지다. 중요한 것은 진위여부를 떠나 적어도 아랍권 내에서는 영웅담이 먹혀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싸움은 격화되고 미국인과 이라크인이 흘릴 피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왜 죽어야 하나. 무엇 때문에? 부시의 명분과 삽을 버리고 총을 집어든 농부의 명분중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다만 이거 한가지는 분명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의는 승리한다.
<권홍우(경제부 차장)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