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기공동브랜드]31개 공예품업체 참여 국내최대-

「집뜨리(JIBDURI)」는 96년8월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 일대에 산재해 있던 소규모 공예업자들이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만든 공동브랜드다.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이 집뜨리 용품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데에서 착안했다.무엇보다도 자금력이 약한 영세업자들이 판촉효과를 극대화 시켜보자는 의도에서 뭉쳤다. 즉 디자인이나 기술개발, 생산시스템을 공유해 효율을 최대한 높여보자는 뜻에서 공동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개발초기에는 24개업체가 참여했지만 현재에는 31개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목공예 21개업체, 도자기공예 6개업체, 옥석공예가 4개 업체다. 이들 업체는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 일대에 조성되어 있는 3개 협동화단지내 입주업체가 대부분이다. 고양시 협동화단지는 우리나라 공예품의 약 60% 이상을 생산해 내는 우리나라 최대의 전통공예품 전문 생산단지다. 지난 97년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동화자금 23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3개 단지 총4,850평 부지에 1,540평규모의 건물로 세워졌다. 단지 규모만큼이나 공예품의 품질이나 수준도 전국적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금상, 은상, 동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특히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에서는 단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년간 수상했고, 99년에는 3년 연속 단체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협동화단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통문양의 1,000원짜리 열쇠고리부터 1,000만원이 넘는 원목 장롱까지 그 제품수는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업체 대부분이 수십년간 이 업종에만 몰두하고 하고 있어 하루에도 신제품이 몇가지씩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은 제품중에는 전량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도 있다. 협동화 1단지에 위치한 광림사(대표 이용원)는 수십가지의 불상을 조각, 일본에 전량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약 50만달러를 수출했다. 또 전통등(燈)을 만들고 있는 한솔공예(대표 조희재)도 내수보다는 수출이 많다. 이렇게 해서 98년에 고양시 공예협동화 단지가 이룩한 매출규모는 30억1,000여만원. 이중 내수가 24억7,700만원이고 수출은 5억4,000만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좀 줄었을 겁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인력난이고 우리나라 전통 공예품에 대한 인식부족입니다. 작업환경이 열악해 사람을 구할 수 없는데다 사람이 와도 며칠을 못 버팁니다. 그러다보니 사장인 저와 아내까지 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케팅은 생각치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솔공예 조사장의 한숨 섞인 말이다. 또하나 문제점은 공예품의 특수한 유통구조. 현재 대부분의 공예품들은 중간 도소매상들이 1차 수요자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집뜨리라는 공동브랜드 부착을 원하지 않고 있다. 영세 제조업체들과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또 대형 면세점, 백화점 등에서는 공동브랜드 집뜨리 대신 자사브랜드 부착을 원하고 있다. 중국 및 베트남 등으로 부터 들어오는 저가 공예품도 우리 전통 공예산업을 위협하는 한 요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전국 어디를 가도 쉽게 접할 수 있고 특히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이들 제품때문에 우리나라 전통공예품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제값을 받아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통공예를 지킬려는 이들의 의지는 대단하다.『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무엇을 사 갑니까』『수백만 달러어치의 수입계약을 마치고도 그들이 손에 들고 가는 것은 결국 우리 전통 공예품 아닙니까 』 이들은 『결국 전통공예품 제조업체들은 우리나라 문화수출의 첨병』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인터뷰-김기호(金基浩) 고양시 공예사업협동조합이사장 『올해 안에 접근성이 용이한 통일로변에 60평규모의 전문전시장과 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고양시 공예사업협동조합을 맡고 있는 김기호(金基浩)이사장은『간혹 협동화단지를 직접 방문해 공예품을 사가는 소비자가 있지만, 저변확대가 더욱 필요한 때』라며 전문전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金이사장은 『중간상인들이 집뜨리 브랜드를 무시하거나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사브랜드 부착을 자꾸 요구하는 것도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金이사장은 『전문 전시장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회원들간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다져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金이사장은 우리나라 공예품 제조업자들과 정부, 국민에 대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공예품업자들이 일부는 제외하고는 너무 자신감이 없고 정부도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옛것을 쉽게 잊어간다고 해도 선조들의 혼이 깃든 우리 문화상품의 대을 잇는 것은 절대절명의 의무라는 것이 金이사장의 평소 소신이다. 따라서 그는 장인정신의 투철한 근성으로 전통공예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정부나 국민들도 우리를 장사꾼으로만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연극인이나 미술인들만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엄연히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전파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金이사장은 『ASEM총회, 아시안게임및 월드컵 대회 개최를 계기로 우리 전통공예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겠다』며 『이를위해 경기도 이천 도자기 단지와 같이 정부로 부터 특산화단지 지정을 받아 고양시 공예산업의 위상을 한단계 더 높여 놓을 것』이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조충제기자CJCHO@SED.CO.KR 입력시간 2000/04/06 20:23

관련기사



조충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