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정위, 강제 아니라고 변명만 할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꼬리를 내렸다. 대형유통매장 내 중소기업 전용매장 설치를 압박한 공정위의 월권행위를 단독 보도한 본지 기사 이후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견디지 못해서다.

지난 9일 공정위가 유통업체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매장 설치 관련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실제 간담회에 참석한 유통업체 임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동반성장을 위해 좋은 일을 해보려고 했는데 언론에서 강하게 질타를 해와서 당황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관치에 찌든 '과욕'이 낳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중소업체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검토요청을 한 것일 뿐"이라며 '강제가 아니다'라고 발뺌했다고 한다.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로 유통사를 압박하며 '경제검찰'로 군림해왔던 공정위가 업체들에 한 '요청'을 강요로 보지 않을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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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막무가내식일 뿐 아니라 어설프기까지 한 이번 공정위의 행보는 중소기업 판로 확보라는 '대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의 말대로 한정된 유통 공간에 중기전용 매장을 만들면 그만큼 기존 매장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퇴출되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공정위가 애초에 유통업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한건주의'식으로 나섰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우격다짐으로 중기매장 입점을 추진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도 마찬가지다.

지금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은 어설픈 변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월권행위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책당국은 탁상공론을 버리고 중소기업들의 상품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초점을 맞춰야 한다.

좋은 품질과 경쟁력을 갖추면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인기상품의 반열에 올려놓는 요즘 소비자들의 안목을 무시하는 공정위의 망동이야말로 오히려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불공정행위'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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