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익재 대인기술] 처녀성을 사고팔 수 있을까?


심심하던 신들이 매력적인 한 여자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기로 했다. 먼저 여자의 옷을 벗기는 신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지혜로운 여자는 신들의 게임을 눈치 채고는 기분이 상했다. 여자는 신들의 어떠한 유혹이나 전략에도 넘어가지 않으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먼저 바람의 신이 나섰다. 센 바람을 불어 여자의 옷을 벗기려고 했지만 바람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여자는 옷을 더욱 단단히 여밀 뿐이었다. 이번에는 태양의 신이 나섰다. 따뜻한 볕을 쪼이자 여자는 에어콘이 잘 돌아가는 실내로 들어갔다. 세 번째 신이 나서서 몇 가지 숫자를 제시하자 여자는 이제까지의 결심을 잊고 조용히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세 번 째 신의 이름은 돈의 신이었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목적은 돈을 보다 많이 벌기 위해서이다. 좋은 학교를 가려고 어릴 때부터 경쟁하며,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학교에서 교육받으려는 목적도 졸업 후에 돈을 보다 많이 벌기위해서이다. 돈은 사람들이 가치 교환의 수단으로 만든 인간의 피조물이지만 어느덧 신의 위치에서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다. 나탈리 딜란이라는 ID를 쓰고 있는 미국에서 한 여대생(22)은 대학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처녀성(處女性)을 경매에 내놓았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이 여대생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도덕적 논란은 무시하려 한다. 나탈리 딜란은 TV토크쇼 '인사이더(The Insider)'에 출연해 "내 처녀성을 경매에 내놓는다고 해서 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논쟁이 따를 것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맞설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에 내 처녀성을 자본화하는 것을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녀는 100만 달러(약 11억원) 규모의 자금을 처녀성 경매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는 나탈리 딜란의 처녀성 경매를 거부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의 어머니는 처녀성 경매에 반대하고 있다. 한 미국 시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처녀성 경매 논란으로 내가 보수주의 쪽으로 기우는 것 같지만,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앞날에 대해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미국시민은 "가장 혐오스러운 점은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지나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려는 것"이라며 "그저 돈을 지불하고 15분간 리얼리티 쇼를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며 다소 냉소적인 의견을 내놨다. 반면 “그녀의 아이디어가 매우 기발하다.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한 자금을 매우 손쉽게 벌어들일 방법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지지자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처녀성의 공급자는 단일의 공급자이므로 11억 원의 가격에도 수요자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일부 여성들은 자신들은 성 노동자이므로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도 인간이다. 생존권 보장하라.” “성노동자 스스로 삶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인류역사와 함께 있었으며 지금도 있지만, 성이 매매되거나 소비되는 대상만은 아니다.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으로 성은 매매의 대상이며 동시에 범죄가 되기도 한다. 성은 매매의 대상이기에 소비되기도 하지만, 희롱의 대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이다. 성은 생산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상대를 위해 몰입하며, 자기희생적이며, 생산적인 성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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