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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70여일 만에 장이 막혀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부패하는 희귀질환인 '위장관거짓막힘증' 진단을 받았던 네살배기 연호에게 이번 어린이날은 매우 특별하다. 지난해 11월25일 한 뇌사 아이로부터 6개의 장기를 이식받는 대수술을 받은 후 회복기간을 거쳐 지난 1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집에서 가족들과 어린이날을 맞기 때문이다.
4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 및 위장관재활팀의 이명덕 교수팀은 위장관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던 신연호 환아에게 뇌사자의 소화기계 장기 6개(위·십이지장·췌장·비장·소장·대장)를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수술은 간을 함께 이식하는 이식을 '다장기이식술'과 달리 간을 제외한 다른 장기를 이식하는 '변형다장기이식술'이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변형다장기이식술은 간을 남겨놓고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연결을 해야 하는 혈관 수도 훨씬 더 많고 보다 정밀한 세부과정이 필요해 국내에서 이뤄진 전례가 없는 수술이었다.
연호가 앓고 있었던 위장관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며 커갈수록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돼 정체된 창자 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번식·감염으로 패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모자라는 영양분을 정맥을 통해 공급하는 '재가정맥영양법'에 의존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연호네 가족은 2013년 여름 이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이식을 결정했다. 2년간의 기다림 끝에 뇌사에 빠진 여섯살짜리 소아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으며 여러 장기의 혈관을 연결하고 배설을 위한 장루를 만드는 등 고난도의 수술이 18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수술 이후 면역거부반응 등이 발생하며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5개월간의 치료 끝에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 교수는 "소장 단독이식이나 다장기이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매우 긴장했지만 다행히 수술이 잘됐다"며 "무엇보다 힘들게 병마와 싸웠던 연호에게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을 해주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sed.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