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출자총액제 대안 뭐가 있나

시장규율 위반때 중과세 '미국式' 유력<br>순환출자 제어 '한국식 모델'나올수도<br>7월부터 본격 연구착수…연말께 윤곽



지난 2003년 말 마련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시한이 올해로 끝남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 업무에 대해 뭘 얘기해도 출총제 얘기가 먼저 나오고 출총제로 끝난다"고 푸념할 정도다. 개혁(진보)과 보수는 여전히 출총제의 존폐 여부에 따라 유화 쌍곡선을 그리고 있고,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출총제의 부작용과 순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하반기부터 재계, 학계, 시민사회 등과 함께 대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출총제의 유력한 대안 및 보완 카드들을 미리 살펴봤다. 지난 21일 취임 후 기자들과 처음 워크숍을 함께 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지만)아이디어로 제시된 것일 뿐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흐렸다. “미국 및 영국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으며 일본식 제도도 참조하고 있다”며 다양한 매트릭스를 구성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권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아직 명확한 방안들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해 당사자간의 입장차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데다 정부내에서도 부처간의 견해차가 확연하게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 아주 흐릿하게 나마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시장 중심의 규율을 강조하고 위반할 때 세금 중과 등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미국식 기준’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식 기업 규율 방식에 우리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결합한 ‘코리안 스탠더드’가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쏟아지는 대안, 부처별 대안도 다양=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논의는 폐지의 시기와 대안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오는 7월부터 관계부처 및 재계, 학계, 시민단체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일정만 놓고 보면 폐지 방안은 연말쯤 드러나고 이어 내년에 법령 개정 작업 등을 거쳐 오는 2008년께부터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출총제를 가능한 빨리 폐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공정위는 그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산자부는 재계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하고 있는 반면, 공정위는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관심은 출총제의 대안. 이에 대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순환출자 규제, 사업지주회사 활성화, 일본식 업종제한 등을 검토키로 했다는 등의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지를 그려보는 방법은 각국의 기업 규제 시스템을 통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국별 방안, 기업 모형 따라 달라= 우선 미국 등이 채택하고 있는 ‘아메리칸 스탠더드’. 한국, 일본처럼 재벌이 없는 미국이나 영국은 기업집단 출현과 이로 인한 부당행위의 가능성을 시장중심 규율 및 위반시 처벌 강화로 해결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지분 이상 출자한 자회사에 대해선 배당소득을 중과세한다. 모기업은 중과세를 감수하고 계열사에 출자하려면 분명한 이유를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모기업의 소액주주가 경영진에 대해 강도높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집단소송제와 손해배상제도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정광선 교수는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이 없이는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쉽지 않고 사적이익도 발붙일 틈이 없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미국 못 지 않게 발달한 영국은 공시제도를 강화해 기업에 지배구조기준을 제시토록 하고 있다. 이 기준을 밝히지 않으려면 기업은 합당한 이유를 대야하고 이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대상이 된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적대적M&A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독일은 출자로 인한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우려를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씻고 있다. 노동자가 직접 회사 감사위원회 등에 참여, 회계 투명성와 경영진의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다. 출총제의 모델이 됐던 ‘대규모회사의 주식보유총액의 제한’제도를 2002년 폐지한 일본은 업종제한을 통해 문어발식 형태를 갖춘 대기업의 등장을 막고 있다. 일본은 ‘사업지배력 집중 대기업’ 3가지를 규정해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데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총자산이 15조엔(150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5개 이상의 사업분야(각 매출액 6,000억엔 초과)에서 각각 자산총액 3,000억엔을 초과하는 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또 총자산이 15조엔이 넘는 금융회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비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고, 한 대기업집단이 상호관련성이 있는 5개 이상의 사업분야(각 매출액 6,000억엔 초과)에서 각각 1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계열사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독일 등 유럽식 제도는 우리나라 여건과 괴리가 크고 일본 모델은 참조만 하기로 했다” 며 “미ㆍ영식 제도가 집중적으로 논의돼 출총제를 보완하는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란
순환출자통한 사업확장 규제 목적 87년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는 재벌이 순환출자를 통해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하고 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7년 4월 처음 도입됐다. 순환출자는 예를들어 한 기업집단 내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다시 C기업이 A기업에 출자하는 환상(環狀)형 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오너가 무분별하게 지배력 확장을 시도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순환출자는 또 기업집단의 동반부실화나 독립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경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현재 출총제 대상 기준은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이들 집단에 소속된 기업은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총액이 순자산의 25% 이내로 제한된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와 계열사로부터 출자금액을 뺀 것이다. 다만 지배구조 모범기업, 지주회사, 단순 출자구조를 가진 기업집단, 소유-지배 괴리도가 낮은 기업집단은 출총제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기업활동에 필요한 출자를 위해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제도를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98년 2월 출총제를 폐지했다가 2001년 4월 부활시켰으며 2003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로드맵 시한의 완료를 전후로 시장상황을 점검해 출총제의 존폐 등 대기업집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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