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저축銀 영업정지 후폭풍] 셔터 내렸어도 고객 몰려 북새통

■ 영업정지 부산·보해저축銀선

"지난주 금요일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이번주 월요일에 오면 돈을 준다더니 내 돈 어떻게 할거요." 21일 중앙부산저축은행을 찾은 70대의 한 고객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수십명의 다른 고객들도 저마다의 사정을 소리 높여 쏟아냈다. 은행 직원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순식간에 은행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주 말 전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저축은행 계열 3곳과 목포 보해저축은행은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로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3곳은 셔터 문이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고객들이 몰려와 혼란을 빚었다. 퇴직 후 예금을 맡기고 이자로 생활을 유지해오던 노인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산진시장에서 좌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김정향(54ㆍ가명)씨는 "시장에서 힘들게 20여년 동안 벌어온 전재산 1억4,000만원의 반도 못 건지게 생겼다"며 "살아갈 힘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택시 운전을 하다 최근에 그만둔 최옥기(68)씨는 "자식들에게 손을 안 벌리려고 조금씩 모아놓은 노후자금을 날리게 생겼다"며 "저축은행 운영 부실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보해저축은행 목포ㆍ광주지점 역시 아침 일찍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어 예금인출 등을 묻거나 영업정지에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은행 관계자는 2차선 차도까지 꽉 메운 고객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일부 고객들은 지난 18일 매장에서 나눠준 번호표를 내밀며 "번호표를 받은 사람에게 우선 지급할 수 없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박모씨(72ㆍ목포시 죽교동)는 "보해 측이 하당에 대형사옥을 짓는 등 고객들의 돈을 방만하게 부실 경영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노인들이 한푼 두푼 모아 맡겼던 돈이 제대로 지켜지고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뱅크런의 진앙지가 된 부산 지역 저축은행들은 예금인출 사태를 막고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다.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은 18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4.9%에서 5.5%, 영남저축은행은 5.2%에서 5.5%로 인상했다. 파랑새저축은행도 정기예금 특별판매를 실시하며 금리를 4.7%에서 5.3%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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