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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 '빈곤층 줄이기' 통계부터 개선해야

지난주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이 ‘빈곤 비율(poverty rate)’을 발표했다. 지난해 빈곤 비율은 12.6%로 지난 2004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73년 11.1%보다도 높다. 이 결과 대로라면 2006년 현재 대부분의 미국 가정은 30년 전보다도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결과는 미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 많은 빈곤층이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국가빈곤지수가 처음 나타난 시기는 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존슨 행정부는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때 빈곤층의 정의는 연방 정부가 정한 ‘빈곤의 마지노선(poverty threshold)’을 통해 내려졌다. 한 가족이 먹고살기에 적정한 임금의 세 배 정도가 빈곤층의 척도였다. 하지만 당시 만들어진 빈곤층 측정 지수가 급속하게 변하는 사회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다 정확한 통계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 지표는 해마다 수정된 임금과 개선된 영양지표ㆍ주택ㆍ건강보험 등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만약 국가의 기본적인 빈곤지수가 이런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빈곤층을 줄이려는 어떤 정부의 노력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 빈곤 비율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73년과 2001년의 수치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001년 1인당 국민소득은 73년보다 훨씬 높았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60%가량 높다. 실업자 비율 역시 낮았다. 2001년에 미국 전체 성인 6명 중 한 명만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73년에는 25%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었다. 정부의 빈곤퇴치기금은 2001년이 73년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따라서 보다 풍족해진, 보다 좋은 직업을 가진, 보다 개선된 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빈곤 비율이 낮아져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식적 빈곤 측정 방법은 73년 11.1%에 비해 2001년 11.7%로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공식 통계는 미국에서 빈곤과의 전쟁에서 가장 뛰어난 해는 73년으로 남았다. 실제 73년 이후 공식 빈곤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상식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고등학교 자퇴자들의 수치가 최저일 때, 공식 빈곤 지수는 최고치였다. 빈곤퇴치기금이 급증할 때 빈곤 또한 늘어났다. 심지어 1인당 국민 소득이 오를수록 빈곤 수치도 덩달아 증가했다. 분명히 정부 공식 통계는 실제 빈곤층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땅의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들이는 첫 출발은 낡은 통계 측정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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