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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문정동 보금자리주택

핵심 위치에 공동 빨래방… 널찍한 공유공간도 눈길

외부를 금속재질로 마감한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얼핏 차갑고 폐쇄적인 느낌을 주지만 군데군데 개방돼 있는 공간은 외부와 소통을 하려는 설계자의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원룸이라는 용도에 충실하다. 14㎡의 좁은 내부 공간이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죽은 공간(데드 스페이스)'을 최소화시켜 주거시설로서의 만족도도 높였다.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국내에서 보기드문 기둥과 보를 이용한 라멘구조로 지어졌다. 따라서 내부 공간을 변형하고 새롭게 배치하는 등 설계에 있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설계자는 내부 입주민간의 소통을 위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1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에서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곁에 두고 겪어보지 않으면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고 이를 자신의 생활 속에서 녹여내지 않으면 인간은 공간이 알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안에서 인간이 직접 부대끼고 살아봐야 건물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기능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가는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의 가치를 알기 힘들었다.

좁은 2차선 도로 변에 서 있는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겉으로만 봐서는 그저 외관이 독특한 건물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간판을 내 걸게 되면 한 번 정도 더 돌아보고 '공공주택 치고는 특색 있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 건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이야깃거리는 방대하고 또 다양하다.


우선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가까이서 보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길 건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건물의 전체 모습을 조망해야 그제서야 건물의 진짜 모습 중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 건물 외관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공공주택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외부 벽은 콘크리트가 아닌 금속재질로 마감돼 있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놓여져 있는 듯, 건물 전체의 느낌은 묵직하다. 하지만 차갑고 단단하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건물의 금속 벽 곳곳이 뚫려져 있어 건물 내부의 삶을 외부에 알리고 외부의 목소리와 시선을 내부로 들어오게 한다.

길 건너편에서 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커다란 통유리도 된 공간이다. 고급 헤어숍이 들어있을 듯한 공간이지만 사실은 주민들을 위한 공동 빨래방이다.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건물의 가장 핵심 위치에 둔 셈이다.

신승수 디자인그룹 오즈 대표는 "빨래방이라는 공유 공간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빨래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이웃집 주민과 얘기도 나누고 책도 읽으면서 거리를 바라보는 삶을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이 들어 선 땅은 앞뒤가 길쭉하다. 반면 가로 길이는 자동차 4대가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좁다. 땅 소유주인 서울시 역시 마땅한 용도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주차장으로 비워뒀었다. 그래서 주변 주민들은 이 땅을 이동로로 사용하고 땅 한 귀퉁이는 텃밭을 일궈 채소를 가꾸기도 했다. 현재는 건물이 들어섰지만 이 땅은 여전히 주민들의 이동통로가 되고 있으며 텃밭도 가꿔져 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지만 이웃 주민들의 삶이 바뀐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 역시 설계자의 의도다.

설계자가 이처럼 건물에 공유 공간을 충분히 둔 것은 이 건물이 공공임대주택이기 때문이다. 소유를 위한 집이라면 자신만의 공간이 많아야 하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은 다르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성과 좁은 공간을 극대화해 활용해야 하는 경제성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눠 쓰는 공간이 중요하고 동시에 자칫 획일적일 수도 있는 공간을 개성이 발휘되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 비대칭적 내부·층마다 독특한 공간 다양한 시도

"공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주변과의 관계가 그 여지를 채워줬으면 합니다."

이 건물의 진정한 가치는 건물 내부에 있다. 내부는 비대칭적이면서 각 층마다 독특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우선 공사비가 많이 드는 지하공간은 없앤 대신 건물을 들어올려 1층을 주차장과 보행통로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변 주택과 마주하고 있는 건물 1층 남측 뒤편을 커뮤니티 룸으로 만들어놨다. 지나가는 사람이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벽을 처리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물의 공간을 함께 보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이동하는 계단 벽면도 층마다 각각 다른 다르게 꾸며졌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벽 상단에 창문이 설치됐고 2층에서 3층 사이는 전체 통유리가, 3층에서 4층은 벽면 아랫부분에 창문이 설치돼 있다. 겉에서 보면 각 층을 가로질러 커다란 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주변의 시선이 쉽게 건물 내부로 넘어올 수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건물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벽식 콘크리트 구조가 아닌 기둥과 보를 이용한 라멘구조로 지어졌다. 그래서 내부 공간을 변형하고 새롭게 배치하는 등 설계에 있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복도 양 옆으로 주거공간을 줄 세워 배치하지 않고 들쭉날쭉하게 배치할 수 있었던 것도 구조의 특이함과 관련이 있다.


2층 양끝에 있는 널찍한 복도 공간은 한눈에 봐도 특이하다. 일반적인 공동주택 복도 너비의 두 배 정도다. 테이블과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으면 앉아서 잠시 커피 한 잔하며 지나가는 옆집 사람들과 눈인사 정도는 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 공간을 어떻게 쓸 지는 전적으로 입주민들의 몫이다. 신 대표는 "반드시 어떤 공간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며 "입주민들이 어떻게 사용할 지 결정하고 그 공간의 여지를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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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3층 복도는 2층과 달리 좁다. 일반적인 복도형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너비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돼 있는 아파트 난간과는 달리 이 건물의 난간은 튼튼한 쇠 울타리로 만들어졌다. 3층에는 입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설치돼 있다. 내부가 보이도록 반투명으로 만들었다. 신 대표는 "수납공간 내부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를 보면서 이웃 주민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반투명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4층에는 각 세대마다 조그만 발코니 공간을 뒀고 5층에는 다락방을 설치해놨다. 입주민들의 호응도 좋다. 그래서 디자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신 대표는 "대규모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아닌 소규모 공공임대주택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선입견 줄이려 디자인·실용성 더 중점뒀죠


설계자 최재원·신승수 디자인그룹 오즈 대표

"공공임대주택이기 때문에 더욱 더 디자인과 실용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의 설계자인 디자인그룹 오즈의 최재원, 신승수 대표는 건축물은 실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들의 건축철학을 말했다. 신 대표는 "디자인과 실용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접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향점이 '혁신적 실용주의(Innovative Pragmatism)'에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그룹 오즈'라는 회사명 역시 '공간을 조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공간을 보다 창의적이면서 편리한 공간으로 새롭게 조직하자는 열망이 담겨 있다.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디자인그룹 오즈의 건축철학이 제대로 표현된 작품이다. 원룸이라는 주거형태를 감안하면 독특한 외관을 가졌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는 건물은 입주민들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3층 복도에 설치돼 있는 수납공간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설치된 것도 특이하지만 안이 보이는 반투명 유리로 마감한 것 또한 특색 있다.

2층 복도 양끝으로 마련돼 있는 10㎡ 안팎 넓이의 공용공간도 일반적인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에서는 볼 수 없는 설계다. 지극히 폐쇄적이고 이웃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원룸에 '마주침의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철학적 가치와 실용성 모두를 담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건물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공유의 공간' 역시 오즈의 건축철학과 맞닿아 있다. 신 대표는 "주거시설은 소유가 아닌 거주의 개념이 돼야 한다"며 "공유는 소유에서 거주로 인식이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창조적이다. 건축가가 어떤 의도로 설계를 했던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맞게 공간을 재창조한다는 의미다. 건축가가 차를 마시는 용도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충분히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 대표는 "공간의 여지는 사람의 삶 속에서 그리고 관계속에서 채워지게 될 것"이라며 "건축가가 이런 곳에 살라며 하나의 방식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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